선데이, 블러디 선데이 - 치열하고 찬란했던 그 날
은상 지음 / 빚은책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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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학원물이란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런데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다. 1989년 여름이다. 공간은 안면도다. 정치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 학교 안에 갇히면서 생기는 일을 다루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좀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와 조금 다르다. 기생충 감염이란 방식으로 이성을 상실하고 기생충에 의해 조종당한다는 설정이다. 바이러스의 진화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는 점은 흔한 설정이지만 이 소설을 약간 상황을 비틀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의 상황을 해결하는 방식은 타인에 대한 신뢰와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 캠프는 국회의장이 미래의 투표권자에게 사전 선거 목적으로 기획한 것이다. 안면도로 설정한 것은 폐쇄된 공간의 필요성 때문이다. 이 캠프에 참여한 학생 수는 무려 천 명이다. 높은 분의 지시가 있으니 학교에서 차출해서 보낼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 중요인물 중 석영과 상훈은 학교에서 문제가 있어 보냈고, 충청도 짱 현웅은 어머니 때문에 참가한다. 국회의장의 쌍둥이 남매 충걸과 유선은 아버지의 목적에 의해 보내졌다. 다양한 이유로 이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상훈의 실험과 한 소년의 악의적 장난이 결합하여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번진다. 재미 있는 점은 이 사건을 확장시키지 않고 캠프 내부에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이 있었다.


초반부에 일어나는 몇 가지 일들은 전형적인 학원물이다. 누군가에게 눈길이 가고, 권력자 아버지에게 순응하는 아들과 이에 반발하는 딸, 자신이 원해서 짱이 되지 않은 아이 등의 사연이 간결하게 흘러나온다. 석영이 이 캠프에 참가한 이유는 오토바이를 훔쳐 타서 그렇고, 상훈은 소문난 똘아이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서 문제아들을 보낸 것이다. 충청도 학생들이 많은 것은 그 지역에서 차려진 캠프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학원물에 가까운 인물은 현웅이다. 덩치는 컸지만 순했던 그가 어떻게 충청도 짱으로 성장했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한 편의 협객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강한 존재다.


상훈이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 만들어낸 기생충은 뇌에 자리를 잡고 처음 눈을 마주한 인물에게 복종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자신이 제조한 기생충 약을 먹는 것이다. 우연히 석영과 유선은 이 사실을 알게 된다. 상훈은 자신의 기생충 캡슐을 유선에게 준다. 이 기생충에 중독된 인물을 자신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쌍둥이 오빠에게 장난을 치러 갔다가 허술한 연기 덕분에 자신이 먹는다. 다행스럽게 그녀는 상훈을 찾아와 약을 먹고 해결하지만 나머지 캡슐을 빼앗겼다. 문제는 이 약을 한 사람에게 먹이지 않고 모두가 마시는 물통에 넣은 것이다. 이것은 상훈도 실험하지 않은 일이다. 무더운 여름 모두가 물을 찾을 때다. 기생충은 번식하고 아이들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눈빛이 바뀌면서 좀비처럼 바뀐다.


이 소설 속 아이들은 좀비처럼 바뀌는데 이유는 신선한 고기와 피를 원한다는 설정 때문이다. 좀비로 된 아이이에 물린 아이나 피를 통해 전염된 아이들도 좀비가 된다. 같은 좀비는 물지 않는다. 좀비가 아닌 사람을 찾아가 물어뜯는다. 좀비로 변하는 순간 눈을 마주하고 자신의 지배 아래 둔 아이들은 문제가 아니지만 감염된 아이들이 너무 많다. 다행이라면 높은 담장 속에 갇혔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상훈의 일기에 나오는 해충제를 먹는 것이다. 문제는 상훈도 물려 좀비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석영이 이 변화를 눈치채고 자신의 지배 하에 둔 것 정도랄까. 하지만 약을 만들려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만약 이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면 감염을 제어할 수 없을지 모른다.


1989년도는 아직도 군인의 시대였다. 위대한 보통 사람을 외친 군 출신 대통령이 있던 시기다. 세계는 민주화 열풍이 불었고, 한국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상훈이 만들어낸 기생충은 독재자들이 알게 되면 그 사용을 주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나 자발적으로 좀비가 되어 위기를 벗어나려는 아이들이 자신의 지배자로 선택하는 조건 등은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치와 신뢰, 독재가 무너진 시점 등을 엮으면서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장면을 전환한 것도 속도감을 높인다. 인트로 장면은 이 좀비물이 결코 무섭고 무거운 이야기가 아님을 알려준다. 후반부의 몇 가지 장면들을 보면서 왜 이 시대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감이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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