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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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 자매 시리즈 3권이다. <보기왕이 온다>로 제22회 호러소설대상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물론 둘은 같은 시리즈다. 시리즈 2권을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히가 자매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전면에 나와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도 화자는 사사쿠라 가호와 이가라시 데쓰야 둘이다. 가호가 현재 시점에서 시시리바와 엮여 있다면 이가라시는 과거 이 집을 다녀와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집은 히가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된 곳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히가가 다시 돌아와 문제를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괴이하고 무서운 존재가 사르르 사르르 머릿속을 파고든다.


가호는 남편을 따라 도쿄에 왔다. 아이를 가진다는 명목으로 남편은 혼자 일을 하고, 가호는 집에 머문다. 그러다 동창생 히라이와 도시아키를 우연히 만난다. 도시는 가호 부부를 초대한다. 일이 바쁜 가호의 남편 유다이는 주말에도 직장에 간다. 혼자 도시의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이 집 이상하다. 집에 모래가 곳곳에 쌓여 있다. 어릴 때 자신을 귀여워해준 할머니를 보러 올라갔는데 더 이상하다. 도시의 아내 아즈사 얼굴에 짙게 드리운 다크서클까지 수상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의 분위기는 아주 좋다. 모래가 신경 쓰이지만 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주 가호를 초대한다. 꺼림직한 느낌이 있지만 이 집을 자꾸 방문한다.


이가라시는 이 히라이와 집 맞은편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히가와 함께 이 집에 놀러간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 가족이 야반도주한 이후 이 집은 폐가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페가탐험을 갔다. 히가도 이때 같이 간다. 공포의 감정을 숨긴 채 허세를 부린 아이들이 이 집에 들어가서 이상한 경험을 한다. 같이 들어간 4명의 아이 중 2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아이는 이가라시와 히가 고토코 둘 뿐이다. 이가라시의 머릿속에서는 모래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 일상 생활이 힘들다. 하는 것은 긴이라는 개와 함께 동네를 산책하는 것 정도다. 십수 년이 지난 후 히가가 이가라시의 집에 찾아온다. 현재 히라이와 집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면서. 그리고 현재 처리하는 일 때문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아즈사에게 온 것이다. 집에 일어난 기이한 일의 원인을 알았다고. 도시가 결혼 전 한 약속 때문에 여자가 건 저주가 원인이란 것이다. 이 사건을 해결한 후 아즈사의 다크서클은 사라졌지만 모래는 그대로다. 가호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늘 바쁜 남편도 잠시 시간을 내어 병원에 동행한다. 도시의 집에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런데 결혼 반지가 없다. 어디에 있을까? 도시에게 찾아봐 달라고 요청하지만 찾지 못한다. 다시 찾아간다. 이때 이가라시와 가호의 접점이 생긴다. 이 만남을 통해 두 개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가에서 시작한 공포는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사아아아 흘러간다.


이 공포소설에서 폐가가 지닌 힘은 그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 집에서 문제없이 산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빈집이 된 후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서늘하다. 집안에 모래가 이렇게 많은데 무신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머릿속에 울리는 모래 소리는 또 어떤가. 이가라시의 과거 경험보다 눈길을 더 끄는 것은 가호의 현재다. 낯선 곳에서 홀로 집을 지켜야 하는 외로움이 어느 순간 두려움으로 바뀐다. 그 집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 남편이 사라진 결혼반지에 대한 아쉬운 눈빛만 보여주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 지 모른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가 예상하지 못한 큰 문제로 이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시선을 끈 부분은 공포가 아니라 이가라시가 히가를 만난 후 어머니가 늙은 것을 발견하는 부분이다. 자신이 집밖에 나가지 않고 어머니에게 기생한 채 살아가는 현실은 알지만 부모가 늙어간다는 것을 조금씩 자각하는 부분이다. 엄마가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가볍게 말해도 그는 듣는 척 마는 척한다. 늘 그 집을 지켜보지만 들어갈 용기가 없고, 머릿속 모래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다. 이런 작은 변화가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히가와 함께 그 집에 다시 들어가게 한다. 그 집에 사는 시시리바의 역사를 파헤칠 때 드러난 사실은 놀랍다. 예상하지 못한 설정이다. 소설을 읽을 때도 ‘사아아아아아’ 란 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는데 지금도 모래를 떠올리면 이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히가 자매의 장녀 히가 고토코의 시작을 알려주는 이야기란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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