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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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기자 출신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다. 가독성이 상당히 좋다.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미스터리로 녹여내었다는 점에서 많은 현실성을 담고 있다. 김환이란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방송사 내부의 갈등과 시청률을 우위에 내세운 방송의 문제를 잘 지적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실제 있었던 일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장면들도 나온다. 그리고 기억이 아닌 기록의 확인을 통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존의 탐정과 다른 점이다. 물론 이 기록들을 기억하고, 취합하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때 기자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들이 많이 나온 적이 있다. 일반 대중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힘든 현실과 발로 뛰면서 취재하는 기자들의 특징을 잘 녹여낸 시절의 이야기다. 최근 이런 작품들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한국에서 탐정이란 직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이런 역할을 기자들이 가끔 맡아서 진행한다. 최근에는 탐정 역할을 맡는 인물들이 나와 멋진 탐정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김환이란 주인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화려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기억과 기록의 확인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잘 만들면 시리즈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 있었던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이 떠올랐다.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모르지만 몇 가지 상황들이 그 사건을 바로 연상시켰다. 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 검색하니 유골 발견 부분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 설정과 너무 닮았다. 현재 개구리 소년 사건은 영구 미해결 사건으로 처리되었고, 소멸 시효도 끝난 상태다. 다행이라면 이 소설은 그런 마무리가 아니란 점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다. 오랜 시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유골이 갑자기 발견되고, 유골에 남은 흔적이 단순한 저체온으로 죽은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럼 남는 가능성은 누군가가 죽였다는 것이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방송 기자 김환은 10년 전 용무산에 사라진 아이들 수사를 리포트한 기자다. 10년 동안 이 사건을 뒤쫓았고, 이제 그 시체가 발견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 아이만 죽은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아이가 죽었다. 두 명의 쌍둥이 자매다. 경찰은 연인원 30만 명을 동원해 산을 수색했지만 아이들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등산을 하던 사람이 이 시체를 발견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과거 수사를 떠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사건을 쫓는 것이다. 과거 수사를 떠올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방송국의 기록들이다. 이 기록들이 현재 사건을 쫓을 때 도움을 준다. 이 둘의 연결이 군더더기 없이 상당히 매끄럽게 이어진다.


전국적인 관심을 끈 사건일 경우 수많은 제보가 들어온다. 황당한 제보도 엄청나다. 이 사건에서 언론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 중 하나는 신뢰할 수 없는 제보에 따라 피해자 집안을 파헤친 것이다. 이것을 방송국은 그대로 송출한다. 이 방송을 거부한 기자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환은 그 정도로 대찬 기자가 아니다. 언론과 경찰의 협력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이 모습은 나중에 한센병 환자촌에서 다시 한 번 벌어진다. 김환이 그들에게 폭행당했는데도 그 어떤 신고 등이 없는 부분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둥병 환자들의 난입에 달아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충분히 이해된다. 김환이 머리로 이해하지만 몸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된 뒤 한 남자가 살해당한다. 이학진은 아이들 실종과 관련 있다. 쌍둥이 집 마당을 파헤친 기사가 바로 그다. 그는 이들을 위해 2천만 원을 기부했는데 이 기사를 쓴 인물이 김환이다. 직장인인 이상 여기저기 엮일 수밖에 없다. 이 돈을 유가족은 거부했다고 한다. 이학진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 살인일 수 있지만 김환은 그의 아내를 만나고, 기억을 기록으로 확인하면서 하나의 가설을 만든다. 새로운 죽음은 가끔 정체된 사건의 새로운 출구가 되기도 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조그만 단서가 하나씩 맞춰지고,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한다. 이 결과는 상당히 납득할 만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우발적인 실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상당히 좋은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방송사 내의 문제도 남아 있으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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