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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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이 작가의 다른 책 제목은 조금 낯익다. 아마 북카페에서 자주 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71번째 책이다. 열린책들 출판사도 상당히 많은 고전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 소설의 장르를 역자는 환상소설로 규정한다. 후기에 “환상 문학에서는 확고한 현실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서로 뒤섞이며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작품 속 인물 혹은 독자에게 혼란과 망설임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비현실적인 일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판타지와 구별한다. 이 정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면 앞으로 읽을지도 모르는 다른 환상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근 내가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1장의 ‘맺음말을 대신하는 머리말’을 무심코 읽고 지나가면서 생긴 문제다. 물론 세심하게 읽었다고 해도 마지막 반전으로 풀어낸 편자 후기를 보지 않으면 오해하기 딱 좋다. 솔직히 말해 많지 않은 분량이고, 어려운 문장도 아닌데 상당히 집중하기 어려웠다. 가끔 이런 작품들을 만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1923년 작품이란 것을 감안해도 나의 취향과 조금 다른 듯한데 이 부분은 다른 작품을 한두 편 더 읽고 난 다음에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첫 작품 이후 완전히 반한 작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1909년 가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다. 며칠 동안 일어난 연쇄 자살 사건(?)을 파헤친다. 이 연쇄 자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살자들이 모두 예술가들이란 점이다. 이 공통점이 밝혀지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가 죽은 채 발견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시작점이다. 비쇼프는 소설의 화자인 요슈 남작이 아내의 과거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들이 만난 자리에서 아주 흥미로운 자살 사건 이야기가 나온다. 화가인 동생이 자살한 후 동생이 자살한 이유를 찾으려고 한 형도 자살한 사건이다. 현장은 밀실이고, 방에서 들린 소리는 무엇인가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살인자일까? 초자연적인 어떤 존재일까?


비쇼프의 죽은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과 정항증거는 요슈 남작이 살인자라고 말한다. 비쇼프의 처남은 남작을 살인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던 한 엔지니어가 그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변론한다. 여기에 의사까지 합세한다. 그리고 엔지니어는 범인상에 대한 새로운 해설을 한다. 남작은 저택을 떠날 생각을 하는데 엔지니어의 만류와 상황 등이 꼬이면서 머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비쇼프의 흔적을 따라간다. 그러다 발견한 곳에서 다시 엔지니어를 보게 되고, 또 다른 정보를 통해 화가로 전시회를 연 약사의 존재를 인식한다. 문제는 이 여성 화가가 자살을 시도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은밀한 살인자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무엇인가가 살인을 하는 것일까? 의혹을 불러온다.


엔지니어와 남작이 계속 사건을 파고들면서 발견하는 것이 심판의 날의 거장이란 존재다. 과연 그는 누굴까? 결국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린 아주 낯익은 존재를 마주한다.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다. 그리고 작가는 “상상력이 자리한 곳은 공포가 자리한 곳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살자들이 마지막에 마주한 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과대하게 평가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이 끝난 다음에 읽게 되는 후기에서 진실을 마주한다. 교묘한 연출이다. 평소처럼 역자 후기처럼 이 부분을 읽지 않고 지나갔다면 이 소설의 가장 핵심을 놓쳤을 지 모르겠다. 이 부분이 작가의 다른 소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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