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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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통계를 잘 믿지 않는다. 완전히 신뢰하기에는 통계 작성에 ‘어떤 의도’가 너무 많이 개입한 것을 보았다. 의도적인 누락이나 오류를 집어넣어 자신들이 원하는 숫자로 바꾸는 것도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는 무시할 수 없다. 현대의 과학이나 사회의 발전 등에 통계가 기여한 바가 너무 크고, 제대로 된 자료들은 현실의 모습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에 끌린 이유도 이런 통계의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부는 숨기고, 가난은 감춰라.”란 문장은 왜곡된 통계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이런 편향적인 데이터 수집의 문제와 그 대안을 이야기한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재미있게도, 자극적으로도 서술하지 않았다. 현실과 문제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이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말한다. 빠른 개선이란 것도 몇 년의 시간이 걸려야 시작할 수 있다는 표현을 보고 아주 현실적으로 문제를 본다고 느꼈다. 집계 불이행. 이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저자는 지속적으로 풀어낸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수많은 용어들, GDP, 지니 계수, 인구조사, 출산율 등이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누락된 숫자들은 제 시간에 통계에 반영되지 않거나 왜곡된 의미를 지닌다. 대표적으로 GDP의 경우 최상위와 최하위 문제가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최근 부의 불균형을 말할 때 1 대 99가 아닌 10 대 90 혹은 20 대 80을 말하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언피플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가려진 최빈층을, 언머니는 감춰진 부자들의 돈을 가리킨다. 언피플을 읽으면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우리에겐 해당사항이 없다고 처음에는 자신했지만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이 자신감은 조금씩 사라졌다.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부분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와 닿는 문장은 현실적으로 집계하기 힘들다는 기술적 핑계다. 일하면서 나 자신도 많이 내뱉은 말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제대로 국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 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2부의 언머니와는 완전히 반대에 있다.


언머니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소득 이전과 조세회피다. 우리가 흔히 조세피난처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독재자나 마피아의 검은 돈을 떠올리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다국적기업의 과세되지 않는 자금이라고 말한다. 국내외 법적 허용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 조세회피는 법의 테두리를 공고화시키면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 자신들의 숨겨진 부가 밖으로 드러나고, 과세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부자들은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이 자금의 흐름을 숨기고 정당하다고 말한다. 이런 숫자들이 한 국가의 GDP까지 왜곡시킨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 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애플을 떠올리면 쉽다. 불평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니 계수 대신 팔마 비율을 대안으로 제시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부가 더 필요하다.


마지막에는 집계 이행을 촉구한다. 누락되고 감춰진 수자들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소득 이전을 끝내는 방법으로 합산 과세를 주장하는데 각 나라의 협동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집계 불이행에 정치적 동기가 포함되어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도 정치적인 행동이란 지적은 가슴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순위, 지수를 비롯한 기타 데이터 도구들이 환영을 받는 것은 현재 권력의 시각에 도전할 때가 아니라 부합할 때다.”란 지적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왜 집계 불이행이 정치적인 문제인지 알려준다.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개선하고 바꿔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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