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더 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에프 그래픽 컬렉션 최근작이다.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가 언니 메리에게 체포되어 런던탑에 유폐된 것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감에 상상력을 덧붙여 작은 섬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제목에서 느낀, 뭔가 좀 더 장대한 장면은 없지만 섬세한 감정과 권력 투쟁과 출생의 비밀 등이 엮이고 꼬이면서 시선을 계속 붙잡아둔다. 흔히 보는 그래픽노블과 달리 소설처럼 긴 문장을 간단한 그림과 함께 넣은 장면도 많다. 어떤 대목은 읽다가 그림 동화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끝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기 궁금해졌는데 과연 나올지 모르겠다.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첫 장에서 여왕인 듯한 여성이 도망치려고 한다. 자신의 충신에게 궁에 남아 첩자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작은 섬으로 넘어온다. 너무 작아 이름조차 없지만 엘리시아 수녀회가 존재한다. 이 수녀회에는 작은 소녀 한 명이 자라고 있다. 마거릿이다. 이때부터 마거릿은 화자가 된다. 작은 섬을 돌아다니면서 섬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하고, 섬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는다. 작은 변화가 생기는 것은 섬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다. 그 첫 번째는 같은 또래의 소년 윌리엄과 그 엄마다. 한때 귀족 가문이었던 그들은 재난을 피해 이 섬에 왔다고 한다. 순수한 아이들은 섬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면서 재미있게 논다.


섬에 있는 자원만으로 사람들이 살 수 없다. 일년에 두 번 배가 들어와 물건을 놓고 간다. 수녀회에서도 자수 등의 물건을 내놓는다. 평온한 듯한 섬 생활에 작은 변화가 다시 생긴 것은 선장의 아들이 병에 들면서부터다. 위험한 전염병이고, 윌리엄의 엄마는 이 병을 간호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병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이 일이 있은 후 윌리엄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섬이 하나의 감옥이란 사실도 알게 된다. 그는 섬을 떠난다. 수녀회의 수녀들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이 섬에 갇혔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 어린 마거릿은 왜 이 섬에 갇힌 것일까? 하나의 의문이 든다. 원장 수녀는 아직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다 유폐된 엘리노어 여왕이 이 섬으로 오게 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권좌에서 쫓겨난 여왕 옆에는 그녀를 감시하는 수녀가 한 번 붙어 있다. 남자 감시원도 두 명 같이 왔다. 이런 상황이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과거 권력은 현재 힘이 없다. 수녀는 엄격하게 그녀를 관리한다 엘리노어는 단식 등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고 한다. 이때 마거릿이 그녀의 말동무가 되고, 함께 섬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물론 남자가 뒤에서 감시하는 조건이다. 마거릿은 엘리노어에게 체스를 배우고, 삶의 또 다른 모습을 깨닫는다. 마거릿이 체스를 배운 이유는 섬을 떠난 윌리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같은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과 작은 거짓말이 겹쳐지면서 마거릿은 엘리노어에게 다가간다.


조그만 섬에서 자란 순수한 소녀가 약간은 지루하지만 평온한 삶을 살다가 외부의 인사들 때문에 자신의 삶이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 비밀도 같이. 이 비밀이 알려지는 순간은 우연과 작은 의도가 섞여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비밀을 알고, 그녀의 상상력은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러다 엘리노어 여왕의 신하 한 명이 난파되어 섬에 도착한다. 마거릿의 모험심이 그를 구한다. 하지만 그녀의 힘만으로 그를 구할 수는 없다. 수녀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제 이야기는 이전 여왕과 신하의 관계와 권력에 대한 것으로 넘어간다. 이 작품에서 마거릿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가다. 작가는 이 장면을 그녀의 계획인 것처럼 설명하는데 그대로 실현된다. 재미있는 연출이다.


16세기 영국의 역사를 잘 몰라도 이 그래픽노블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알면 더 재미 있을지 모르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이 작품에서 눈길에 끄는 장면들이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엘리노어가 여왕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것을 말하는 장면이다. 교육을 통해 수많은 지식을 얻지 못하면 여왕의 자리에 앉아도 허수아비와 같다. 이런 지식을 얻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좋은 선생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제대로 된 권력자라면 말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모험과 판타지에 대한 기대는 어느 순간 사라졌고, 작가가 유머와 비판을 집어넣은 시대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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