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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평점 :
4월 어느 날, 언니 베일리가 무대 위에서 죽었다. 사인은 치사성 부정맥이다. 언니의 죽음은 열일곱 살 레니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한달 동안 집에 머물다 학교에 간다. 언니의 죽음에 대한 위로의 말들이 넘쳐난다. 레니는 이 상실감을 간결하게 시로 적어서 곳곳에 흘리고 남긴다. 이 책 사이사이에 나오는 쪽지, 메모 등은 그녀의 감정을 반영한다. 재밌는 점은 이 쪽지 등이 발견된 곳을 같이 표기했다는 점이다. 누가 썼는지는 금방 알 수 있지만 누가 이 기록을 남겼는지는 책 마지막에 가야만 나온다. 가장 친했던 언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그 이후 느꼈던 감정의 소용돌이와 작은 일탈과 첫 사랑이 어두움보다 밝음 속에서 하나씩 풀어져 나온다.
현재까지 이 작가의 작품은 두 편 출간되었다. 한국에는 현재는 이 책이 유일하다. 가독성이 아주 좋고, 너무 솔직한 감정과 표현에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낯섦은 적나라한 표현 때문이지 그녀가 느낀 감정이나 생각 때문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루 종일 섹스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직 남자와 잔 적도 없고, 누구와 사랑에 빠진 적이 없는데 이런 상상을 한다. 상실의 여파일까? 언니 베일리의 연인이었던 토비 또한 갑작스러운 죽음에 긴 상실감을 느낀다. 그런데 약간은 당혹스러운 장면이 나온다, 토비가 레니를 안았을 때 그의 발기를 느낀 것이다. 나중에 둘은 키스를 하고, 누군가의 방해가 없었다면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에 빠진다. 도덕적으로 본다면 놀랍고 크게 질책할 부분이지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레니는 학교 밴드부에서 클라리넷 연주자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 그녀가 자리를 빈 사이 전학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조 폰테인이다. ‘미대륙을 밝힐 듯 환하게 웃는’ 아이고, 탁월한 연주 실력도 가지고 있다. 음악 천재란 표현이 맞을 정도다. 학교 여자들이 그를 노린다. 레니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녀에게는 지금 토비와의 관계 때문에 정신이 없다. 심리적 갈등과 육체의 반응은 다르게 작용한다. 여기에 언니와 토비 사이에 있었던 약속과 비밀은 둘 사이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언니의 공간을 정리하지 못한 그녀와 그 방을 찾아온 토비는 작은 유혹에 흔들린다. 만약 빤한 로맨스였다면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을 것이다.
레니에게 먼저 다가온 것은 조다. 할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들고 나무에 앉아 있는데 그가 다가왔다. 나중에는 집까지 찾아오는데 할머니의 반응이 재밌다. 얼마나 조를 팔면 돈을 많이 벌 것이라고 했겠는가. 이런 표현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 매력을 전달하는 데는 즉각적이다. 음악이란 공통점과 조의 한 발 다가옴이 둘을 더욱 가깝게 만든다. 레니에게 첫사랑이 날아왔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면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불안감이 살짝 자리잡고 있지만 말이다. 언제나 소설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 파국을 만들고, 이 파국을 해결하면서 그 사랑을 더 부각시키는데 이 소설도 그 공식을 따라간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했던 것 중 하나가 밝혀지면서, 그 감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표현한 장면 등을 통해서 말이다.
레니의 엄마는 두 딸로 놓아둔 채 떠났다. 이후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언니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 수없이 노력했다. 언니의 유품 정리 중 그 사실을 발견한다. 엄마가 떠난 것은 알겠는데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이 자매를 키운 것은 할머니와 삼촌이다. 삼촌은 다섯 번이나 이혼을 했고, 할머니가 키우는 정원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할머니가 키우는 장미는 마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감히 그 꽃을 꺽지는 못한다. 할머니가 아주 크게 분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에 눈 먼 사람들은 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 이 소설의 재미 있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여기서 나온다.
매력적인 인물과 캐릭터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고 나간다. 레니가 큰 상실감에 좌절할 때 할머니와 삼촌은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산다. 그렇다고 이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표현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시간에 멈추고, 슬픔에 빠진 레니에게 자신의 상실감을 드러낸 할머니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슬프다. 이 슬픔과 아픔을 유머 등으로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상실감을 지나가려고 한다. 이때 발생하는 감정의 혼란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도구 중 하나가 시로 표현된 쪽지와 메모 등이다. 멋진 설정이다. 그나저나 표지의 난해함은 다시 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