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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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란 이름을 발표한 소설 중 한 권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 <롱 워크>를 아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연의 <런닝 맨>도 이전에 재밌게 봤다. 지금처럼 스티븐 킹이 꾸준히 나오기 전부터 킹의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구작들은 많이 읽었는데 신작들은 비교적 적게 읽었다. 어떤 작품은 제목이 바뀌어 나와 읽은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집을 뒤지면 구판이 여러 권 나올 것이다. 킹에 대한, 리처드 바크만에 대한 작은 기억은 이 정도만 말하자. 이제는 리처드 바크만이 스티븐 킹이란 사실이 잘 알려졌으니까.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까.


나에게 킹은 언제나 쥐기 힘들지 읽기 힘든 작가는 아니었다. 집에 있는 수많은 책들 중 많은 작가들이 읽고는 싶지만 읽기 힘들어 포기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손에 들면 재밌게 읽을 것이 분명하지만 쉽게 손이 나가지 않는 작가들도 많다. 이런 증상이 시초 중 한 명이 스티븐 킹이다. 헌책방을 돌면서 책을 살 때 킹의 소설을 바로 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주저함 때문이다. 그래서 놓친 좋은 작품들이 지금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런데 지금은 황금가지에서 꾸준히 책을 내어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지만. 킹이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꾸준히 소설을 내었는가 생각하면 그의 작품들을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고속도로 공사 예정지를 WHLM 방송국 기자가 취재를 한다. 이때 인터뷰 한 인물 중 한 명이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바튼 도스다. 작가는 프롤로그에 이 사실을 살짝 말하고 지나가는데 생각보다 이 장면이 중요하다. 모두 읽고 난 후 다시 앞으로 돌아와 확인했을 때 그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바튼은 세탁회사 중간 관리자다. 고속도로 건설로 회사를 이전해야 한다. 그의 집도 역시 공사의 여파로 옮겨야 한다. 이런 현실이 바튼 도스를 화나게 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좋아하면서 옮겼을지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추억들이 뒤섞여 있는 곳들을 떠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계시점까지 거짓말을 하면서 버틴다.


아내에게는 새로운 집을 보러 갔다 왔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가보지 않았다. 아내도 같이 가자고 말하지만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다. 회사 이전 예정 부지의 계약 마감 시한이 다가왔을 때 사장에게는 그 건물이 가진 문제들을 만들어 내어 더 낮은 가격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상당히 그럴 듯하다. 하지만 사실을 바로 알려주면서 이런 위험한 일을 저지르는 이유를 묻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니라는 직원에게 자신의 과거와 이전 회사 사장이 어떤 인물인지 알려주는 이야기에 나온다. 아주 인간적인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회사가 자본에 팔리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뀐다. 이것을 잘 알려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나온다.


이 소설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동 전쟁에서 비롯한 제1차 석유 파동이다. 기름 값이 올라가면서 절전 등을 외치던 시기였다. 바튼이 분노해서 고속도로를 과속해 달릴 때 사람들은 그에게 욕을 하고, 주유소에는 기름이 없을 때도 있었다. 높아지는 원유 가격에 기름을 많이 먹는 자동차 값이 똥값으로 떨어지던 시기다. 불안감을 엄청나게 고조시켰던 모양이다. 현대 사회가 석유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듯하지만 그 뒤에는 미국 정유회사의 조작들이 숨겨져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먼 훗날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절전 등을 외칠 때 이것과 상관없다는 듯이 고속도로를 짓는다. 고속도로 건설과 유지는 기름을 엄청나게 먹는 일인데 말이다.


작가는 그냥 보면 왜라고 묻게 되는 질문을 촘촘하게 엮어 놓고 마지막에 한방에 터트린다. 그 속에 가려진 것을 더 발견하는 것을 독자의 몫이다. 곳곳에 블랙유머와 비판의식을 드리우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튼이 중화기를 사는 장면에 나오는 문구다. ‘총이 불법화되면 범법자들만이 총을 갖게 된다.’ 총기협회가 내세우는 표어다. 이것을 뒤집어 보여주는 장면이 마지막 장면이다. 사냥용 총이 보여준 위력은 끔찍하다. 총을 누가 샀는지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 총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안다. 서부 개척 시대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총을 소유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범법자들이 총을 쉽게 못 가지게 하고,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 강한 처벌을 한다면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정치 로비는 이것을 힘들게 한다.


자꾸 다른 길로 빠진다. 이 작품이 지닌 매력 중 하나다. 읽을 때는 그냥 한 중년 남성이 추억 등으로 심리적 갈등을 겪고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인 것 같다. 실제 그의 정신 분열적인 상황과 뒤틀어지는 관계, 이전 부지 미계약 등으로 인한 회사 폐업 등을 보면 그만의 문제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폐업하게 되었다고 회사가 주장할지 모르지만 과연 그럴까 하고 묻게 된다. 회사가 문을 닫은 후 몇 사람의 새로운 직장 이야기는 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특히 바니의 경우가 그렇다. 미래가 있는 삶에 대한 통찰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튼은 아들이 뇌종양을 죽은 후 그 아픔을 털어내지 못했다. 울고 슬퍼하고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야 했는데 그 감정이 자신 속에 고였다. 밖에서 보기에 미친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이성은 날카롭게 살아 있다. 거리의 신부와의 대화는 의미심장하다.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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