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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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빠른 속도로 번역되고 있는 이케이도 준의 정치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현재까지 내가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경제나 회사 관련 이야기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일본 정치를 다룬다. 그런데 조금 황당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총리인 아버지와 한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들의 몸이 바뀌는 설정이다. 더 황당한 것은 몸이 바뀌는 인물이 이 총리 부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권력의 핵심에 놓인 몇 사람이나 자식들과 몸이 바뀌었다. ‘뭐야’ 라고 말하는 순간 일본 정치가 가진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작가는 이것을 비틀고 꼬면서 엄청난 가독성으로 끝까지 달려가게 한다.


프롤로그에서 총리가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특별히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닌데 선거에 패배하고 힘든 국정에 지쳐 총리직을 내던지려고 한 것이다. 무토 다이잔에게는 총리가 될 기회다. 당내 계파들의 지지를 얻으면 총리가 될 수 있다. 이 절호의 기회를 통해 총리가 되었는데 갑자기 아들과 몸이 바뀐다. 새롭게 총리가 되어 할 일이 많은데 바보 같은 아들의 몸으로 들어왔다. 아들은 비서가 써준 답변서의 한자도 제대로 읽지 못한다. 엉망진창이다. 자신들의 몸이 바뀌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관방장관인 가리야에게 말한다. 공안이 개입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와 재미가 생긴다.


황당한 이야기가 생겼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미국 CIA 등의 기밀 기술 등이다. 뇌파를 통해 정보를 빼내는 기술이 도난당했다. 무토 부자의 몸이 바뀐 가장 유력한 이유다. 내각의 한 관료가 술을 마시고 실언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자만 몸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테러로 규정한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솔직히 말해 이 테러의 이유가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아니지만 이것을 물고 늘어진다면 이 소설 전체 설정도 문제다. 하지만 이 설정을 통해 일본 정치권과 재계와 관료 등의 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아마 한국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공무원 중 일부는 기업 법인카드로 밥을 먹고 자기 집 생황용품을 샀었다.


바보 같은 아들은 아버지를 대신해 대정부 질의에 답변을 해야 하고, 총리인 아버지는 아들의 취업 면접을 보러 간다. 이 소설의 재미난 점 중 하나는 아들 대신 면접 보러 간 아버지가 보여준 경험과 자신이 잘 몰랐던 아들의 열정 등이다. 쇼가 된 다이잔이 정치 평론가의 수업과 면접관의 면접 등을 통해 본 현실은 높은 곳에서 본 것과 달랐다. 먹거리에 대한 아들의 열정과 신약을 통해 병을 고친 사람에 대한 감사를 담은 자기소개서는 일본의 현실 문제를 그대로 담고 있다. 관료 출신 정치 평론가가 펼치는 쓸 데 없이 비난만 가득한 강의는 진영 논리일 뿐이다.


정치인의 실언과 섹스 스캔들은 내각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작가는 여기서 왜 정치인들의 정치 능력보다 밤 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지 총리가 된 쇼의 입을 통해 말한다. 물론 이런 스캔들은 내각과 당의 지지율을 떨어트린다. 작가는 쇼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을 지지율 반등이란 반전으로 이끌지 않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아들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줘 정치꾼으로 키우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는다. 쇼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현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뒤집어 보면 자식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줘도 그대로 당선이 가능한 일본의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도 이미 한 번 큰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 재미는 일본 특유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쇼가 돌발적인 발언이나 다이잔의 면접관과의 토론, 가리야 관방장관의 어리숙한 듯한 모습, 양아치 같은 모습을 가진 최고 공안의 행동과 말 등이 엮이면서 만들어내는 상황과 그 모습은 머릿속에서 나만의 배우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실제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언젠가 한 번 보고 원작의 이미지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작가는 한자를 읽지 못하는 총리의 모습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분명하게 한다. 그리고 관료와 재벌 등의 결탁 등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디기만 한 일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당연히 읽으면서 한국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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