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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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내 마음속에 한 자리를 차지한 작가다. 이후 나온 소설도 좋았다.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고,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다 보니 작가 이력을 보기 전에는 바로 기억나지 않았다. 이름보다 작품으로 기억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던 것 같다. 왜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화려함도 없고,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상황도 거의 없다. 잔잔하고 일상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차분히 묘사하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할까? 문장이 품어내는 슴슴함이 좋았다고 할까? 아니면 그 밑으로 흘러가는 열정들이 좋았다고 할까?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소에지마 가족의 3대를 담고 있다. 보통 3대의 이야기를 다루면 시대순으로 풀어내거나 현재를 기반으로 과거를 그 사이에 집어넣거나 하는 구성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시간이 뒤섞이고,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이야기를 이어간다. 순간 방심하면 뭐지?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하지메가 귀향하기 전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하지메는 이야기의 비중이 확 줄어든다. 하지메의 누나 아유미의 비중이 더 많다. 소에지마 가족의 이야기만 나오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의 사연도 같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물이 목사 아들 이치이다. 한때 아유미의 연인이었던 그의 삶은 그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읽을 때는 몰랐지만 다 읽은 지금 이 3대의 삶이 조금씩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시간이 더 흐르고 한 번 더 읽게 되면 왜 이런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을까 하는 의문이 조금 더 풀릴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모르겠다. 하지메의 아내가 기획한 뇌조 이야기가 잠시 몇 꼭지에 나오는데 이 연관성도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다. 읽으면서 내가 잘못 읽은 듯한 부분이 몇 곳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문장을 다시 찾지 못해 확인을 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흐름을 돌아보면 아유미와 에미코를 혼동한 것 같은데 말이다. 가끔 도모요와 도요코를 혼동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이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처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런 착각은 자주 일어난다.


긴 세월을 다루지만 나오는 이야기들은 파편적이다. 삶의 한 순간을 작가는 거리를 둔 채 보여줄 뿐이다. 하지메가 미국 뉴욕에 여행 갔을 때 경험한 일을 간략하게 보여준다. 이것이 현실의 삶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적지만 그녀가 누군지,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삶의 조각들이 하나씩 하나씩 소에지마 가족들과 그 주변인들의 삶에서 떨어져 나와 펼쳐질 뿐이다. 네 마리의 훗카이도견들이 나오지만 이들과의 유대감을 화려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사실적이고 담백하게 말한다. 독이 든 만주를 먹고 죽었다는 허망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예전에 흔한 일이었다.


아유미의 삶이 많이 다루어진다고 생각한 것은 이치이의 삶과 연결해서 생각한 것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 분량이 많은 것일까? 그녀의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을 다시 생각한다. 할머니 요네가 예상하지 못한 병으로 사망한 것보다 훨씬 빠른 죽음이다. 이 소설 속에서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산원인 요네와 관련된 이야기다. 솜씨 좋은 조산원이 꺼꾸로 선 아이를 바로 돌려놓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에 현재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비교하게 된다. 요네의 삶만 다루어도 멋진 장편 하나가 나올 것 같다. 이 소설 속에는 이런 매력적인 인물들이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다. 삶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다룬다.


소실점. 하지메가 처음과 마지막 인물로 등장할 때 이 단어가 나온다. 두 선이 만나는 지점. 다양한 사람들의 삶들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죽음일 것이다. 하지메도, 아유미도 자식을 낳지 않게 되면서 소에지마 가족의 대는 공식적으로 끊긴다. 왠지 모를 감정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한 사람의 말년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하는 물음에 이 소설은 그냥 그들의 마지막을 보여줌으로써 끝낸다. 우울증에 걸린 에미코, 암에 걸렸던 아유미, 건강 염려증에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던 신지로, 치매가 있는 가즈에와 도모요 등의 삶을 그대로 그려낸다. 그 상황에 감정을 실어 표현하지 않아 더 서늘하다. 시누이들 옆집에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도요코의 감정도 짧게만 표현된다. 각 개인의 삶이 고요함 속에서 움직이고, 예상하지 못한 여운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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