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의 여행 열린책들 세계문학 270
에릭 앰블러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1년도 되지 않아 에릭 앰블러의 소설이 또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전작에 나온 인물이 이번에도 나오는데 그것은 이야기의 시작이 이스탄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인물은 하키 대령이다. 괜히 반갑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히치콕의 영화들이 스쳐 지나갔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간단한데 곳곳에서 긴장감을 불어넣어준다.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는 과정에 계속 사건이 생기는 구성인데 예상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다.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의 주인공이 소설가였다면 이번에는 무기 제조회사의 기술자다. 터키 전함에 영국제 대포를 설치하기 위해 터키에 출장 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가 이스탄불을 떠나기 전날 밤에 시작한다.


르 조케 카바레에서 에이전트 코페이킨과 함께 여흥을 즐긴다. 매력적인 무용수들이 나오고, 그를 유혹한다. 다음 날 11시 기차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는 특별히 바람을 필 마음이 없다. 작은 즐거움을 누린 후 호텔 방으로 들어가는데 세 발의 총성이 울린다. 그 중 한 발이 그의 손등을 스쳐 지나갔다. 그도 놀랐고, 호텔 측도 놀랐다. 누가 그를 죽이려고 했을까? 단순한 강도일까? 호텔 측은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레이엄도 경찰에 알려 출발이 지연되길 바라지 않는다. 코페이킨에게 연락한다. 그가 와서 그를 정보국 하키 대령에게 데리고 간다, 용의자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중 한 명이 카바레에서 한 여자가 그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한 인물이다. 하키 대령은 기차 대신 배를 타라고 말한다. 그의 안전을 생각한 생각해서 추천한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노선을 변경하면 적이 그를 놓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이런 소설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야기가 끝났을 테니까. 화물선의 작은 선실에 머물면서 많지 않은 승객들과 어울린다. 그 중 한 명이 카바레에서 만난 적이 있는 매력적인 무용수 조제트다. 남편 호세와 함께 파리로 가는 중이다. 이 여자가 계속해서 그를 유혹한다. 그녀의 매력은 공포에 질린 그레이엄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빠질 정도는 아니다. 그의 도덕심과 일탈에 대한 욕구가 교차하는 와중에 다른 승객들과 함께 어울린다. 얇은 벽 너머의 옆방 부부는 늘 티격태격하고, 터키인 담배 무역상은 조금씩 그와 친해진다. 모두가 꺼리는 독일 고고학자와도 그레이엄은 거리를 두지 않는다. 평범한 여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상한 인물들이 한 명씩 눈에 들어온다.


평범한 여행처럼 보였던 것이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뀐다. 그것은 한 기착점에서 한 인물이 배에 타면서부터다. 가장 유력한 암살자였던 인물이다. 강력한 싸구려 장미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데 그레이엄은 공포 속으로 빠진다. 코페이킨이 이스탄불을 떠나기 전에 준 총을 찾아내 잠시 마음의 안정을 찾지만 어느 순간 그 총이 사라진다. 방에서는 장미 향수 냄새가 난다. 조제트와의 작은 밀땅도 이젠 중요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배후인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배에서 그를 죽이면 될 텐데 그들은 자신의 안전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달콤한 속임수 말을 내뱉는다.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지만 완전히 거부할 수 없다. 이때 또 다른 인물이 그의 도우미로 나타난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마무리 지을 지 궁금해진다.


화려한 액션도, 치밀한 구성도, 엄청난 반전도 펼쳐지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구조 속에 몇몇 예상 외 상황을 만들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만들면서 계속 빠져들게 한다. 아직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이라 이스탄불, 제노바, 파리 등으로 이어지는 일정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지만 경찰을 귀찮아 하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 않다면 배에서 그를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있다. 그레이엄이 특별한 기술자가 아닌데 왜 그를 죽이려고 하는 것일까 하는 부분이다. 하키 대령의 설명만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없다. 만약 그가 터키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해가 더 쉬울 텐데 말이다. 몇 주의 시간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 정도일까? 이런 의문과 별개로 그레이엄이 느끼는 공포와 반격은 재미 있다. 그가 느끼는 심리적 공포와 조제트와의 아슬아슬한 로맨스는 아주 멋지게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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