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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 탐정 아이제아 퀸타베의 사건노트
조 이데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멋진 소설이다. 화려한 수상 이력은 거짓이 아니었다. 재미와 가독성을 모두 놓치지 않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속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콤비의 멋진 활약이 돋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셜록 홈즈 식의 추리와 거친 액션이 어우러지면서 펼쳐지는데 벌써 다음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긴다. 오랜만에 취향에 딱 맞는 시리즈가 등장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내가 LA를 몰라 그 재미의 상당 부분을 놓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솔직히 말해 내가 좋아했던 시리즈들이 나오다가 중단된 적이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현재 5권까지 나왔다.
IQ는 아이제아 퀸타베의 앞글자를 딴 별명이다. 하지만 그에게 사건을 의뢰하거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머리가 좋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아이제아는 무면허 탐정이다. 동네에서 생기는 사건이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작은 수수료를 챙긴다. 돈을 받기도 하지만 의뢰 내용에 따라 음식물로 수수료를 대체한다. 그가 어떻게 무면허 탐정의 길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는 과거의 실수를 들려주는 이야기 끝부분에 나온다. 주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이것이 입소문으로 퍼져 해결사가 되었다. 그가 돈을 요구한 사건을 해결하는 한 장면은 기발하면서도 그가 유지하는 철학이 보인다. 현재의 시간이 하나의 의뢰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거는 현재의 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첫 장면만 보면 하나의 사건만 나올 것 같다. 아이제아가 우연히 한 여학생이 납치된 사실을 알고 뒤좇는데 대단한 속도감과 확신으로 가득하다. 생각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한 후 바람처럼 사라지는데 이때부터 IQ에 반했다. 그리고 그는 장애 소년을 위해 해변가 리조트를 구하려고 한다. 목돈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친구이자 악연으로 이어져 있는 도슨이 말한 사건을 맡는다. 그것은 유명 래퍼 캘빈을 죽이려는 사건이다. 표지의 그림이 핏불이 맞다면 괴물 같이 거대한 핏불이 캘빈을 물어 죽이려고 한 사건이다. 이 모든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아이제아는 이 영상부터 시작하여 암살자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일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야기의 한 축인 과거는 아이제아의 형 마커스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머리가 좋고, 일도 열심히 하면서 동생과 함께 살던 형은 뺑소니 차에 치여 죽었다. 뒤로 봤다면 죽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동생에게 이야기하면서 뒤로 걷다가 차에 치였다. 형의 죽음은 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든다. 형의 바람은 좋은 대학에 진학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인데 이 죽음이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형의 죽음이 미성년자인 그를 보육가정으로 보낼 수도 있다. 그 집에 머물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 이때 만난 인물이 갱의 일원인 도슨이다. 월세를 나누어 내기 위해 그를 집에 들였는데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도슨과 함께 2인조 절도범이 된 것이다.
좋은 머리는 보통의 절도범이 무작정 저지르는 도둑질 대신 정확한 계획 실행으로 이어진다. 첫 도둑질이 그를 움츠려 들게 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이 콤비의 탄생은 바로 이 절도 행위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도슨이 요리를 좋아하고 상당한 재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절도 행위 중에 주방 기구 때문에 시간을 초과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훔친 장물들을 처분하는 과정에 알력이 생기면서 틈이 벌어진다. 느리지만 안전하게 장물을 처분해 돈을 만들려는 아이제아에 비해 도슨은 빨리 처분해 현찰을 쥐고 싶어한다. 쉽게 생긴 돈을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는데 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갈등은 도슨의 어슬픈 아이제아 흉내로 이어지고, 이 사실을 안 아이제아가 이 일에 개입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학생 납치 사건을 가볍게(?) 해결한 후 맡은 래퍼 사건은 생각보다 쉽게 암살자를 찾아내지만 물증이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내부자가 정보를 제공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면서 용의자들이 늘어난다. 전 아내가 가장 유력해 보이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두 명의 보디가드로 수상하다. 스킵이라고 말하는 암살자는 미친 놈 같은 행동을 한다. 번아웃에 빠진 래퍼도 정상은 아니다. 죽음의 공포와 삶에 대한 회의는 그의 삶을 잠식한다. 아이제아는 이 사건을 해결해야만 원하는 리조트를 구입할 수 있다. 스킵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도 해야 한다. 엮이고 꼬인 상황이 이어지지만 길고 짧은 장면들과 과거의 사연들이 조금씩 맞물리면서 독자의 속도를 조절한다.
작가가 셜로키언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도 셜록 홈즈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단 현대 LA를 배경으로 했다. 귀납적 추리 능력과 형를 친 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익힌 관찰력 등의 몇 가지 기술은 그가 무면허 탐정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첫 장면에서 보여준 멋진 레이싱 실력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 알려주는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사실적으로 연예인들의 삶을 다룬 장면이나 바뀐 음반 시장의 분위기 등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멋진 것은 아이제아의 성격이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의뢰인과 거리를 잘 유지하는 그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 이후 도슨과 어떤 콤비를 이루면서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