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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자전거 여행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21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라이언 앤드루스 지음, 조고은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평점 :
최근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에프 그래픽 컬렉션 중 한 권이다. 단순히 표지의 그림만 보면 한 편의 성장 소설 같은 내용일 것 같은데 내용은 판타지 요소로 가득하다.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밤에 자전거를 타고 자신들만의 모험을 떠나는 소년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정 부분 이 모험은 사실이다. 이 소년들은 두 가지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보통 아이들이 가지는 허세와 포부를 잘 보여준다. 아무도 집에 돌아가 가지 말 것과 아무도 뒤돌아보지 말 것이란 규칙이다. 그런데 이 규칙이 처음 떠난 친구들이 한 명씩 떠나면서 깨어진다.
추분 축제가 열리는 밤, 아이들은 마을에서 강에 띄운 종이 등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이 무리와 뒤떨어져 너새니얼이란 아이가 따라오고 있다. 학교에서 이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 쉽게 왕따당할 수 있어 벤은 무리에 껴주지 않았다. 보통 자전거를 타고 종이 등을 따라가다 멈춰 집으로 돌아가는 바위상도 지나간다. 하지만 불안감을 느낀 소년들은 한 명씩 집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아이가 떠난 곳은 다리다. 부모들이 건너지 말라고 경고했던 그 다리다. 이 다리를 건너야 종이 등이 가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너세니얼이 다가와 말을 건내고 둘은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 밤의 어둠 속 다리 뒤편에 거대한 괴물 같은 형상이 서 있지만 아이들은 모른다.
다리를 건넌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낚시꾼 곰이다. 정장을 차려 입은 진짜 곰이다. 곰이 말을 한다. 벤은 다가가길 주저하지만 너새니얼은 주저하지 않고 다가간다. 이 그래픽노블에서 새로운 모험을 향해 거침없이 발을 옮기는 아이는 너새니얼이다. 자신을 반기지 않지만 늦은 밤 자전거를 타고 벤 일행을 따라온 것도 그렇다. 앞으로 펼쳐질 모험에서 항상 먼저 다가가 곰과 대화를 하면서 함께 동행이 되는 것도, 낯선 곳에 발을 내딪는 것도 너새니얼이다. 이 친화력과 적극성은 벤이 가지지 못한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벤이 자신의 감정을 생각없이 내뱉는 실수를 저지르지만 이것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는 일이다. 다만 용기를 내어 사과하는 것은 흔치 않다.
아이들이 종이 등을 쫓은 것은 하나의 동요 때문이다. 동요에 대한 이야기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환상을 품고 있다. 종이 등이 강의 끝에 도착하면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된다는 이야기다. 곰은 물고기를 잡아가기 위해 여행을 왔다. 그의 아버지가 알려준 곳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지만 함께 간다. 밤의 안개가 이들로 하여금 길을 잘못 들게 한다. 높은 벽 앞에서 아이들은 멈추고, 곰은 절벽을 올라간다. 그러다 옆에 있는 물가를 너새니얼이 걸어 들어가면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호기심 왕성한 아이의 무모함으로 느껴질 정도지만 이 장르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새롭게 내딛는 한 발은 용기가 필요하다. 읽다 보면 내가 누구와 닮았는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너새니얼에 비교해 벤이 주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도 다른 친구에 비하면 상당히 모험심이 강하다. 모든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마지막으로 남고, 그 다리를 건넜다. 이런 용기가 너새니얼의 도전에 동참할 수 있는 힘이었다. 낯선 곰을 경계하고,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을 주저할 뿐이다. 이들의 모험을 에상하지 못한 전개로 이어지고, 어느 순간 판타지 세계에 점점 익숙해진다. 이 익숙함의 한 부분은 지브리 영화 속 장면들과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의 모험을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내고,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들이 어우러지면서 끝까지 쉼없이 달려가게 한다. 재미있는 그래픽노블이다. 여기에 사족 하나를 달면 왠지 모르게 벤의 모습을 보면서 해리 포터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