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완벽한 스파이 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거장 존 르 카레의 1986년 작품이다. 이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지만 여전히 어렵다. 너무나도 유명한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도 나에겐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몇 권 더 사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도 꽤 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데는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이제는 어느 정도 조금 묵직한 소설도 익숙해져서 이전보다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한몫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자 오산이었다. 현재 2권을 읽고 있는 중인데 1권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아마 끝까지 읽고 서평을 쓰면서 생각과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영국 정보국 요원 매그너스 핌과 그의 행방불명을 두고 뒤좇는 상사 잭 등의 이야기다. 영국 데번주 남부 바닷가 마을에서 매그너스 핌이 택시에서 내리면서 시작한다. 그는 아버지 장례식 이후 이 마을의 미스 더비네 집에 왔는데 왜 왔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왜 이 집인지도 아직은 설명이 없다. 그리고 그가 집을 떠나기 전에 그의 아내와 미국 정보원 등과 만찬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아내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 묘사가 이어지고, 핌에게 아버지 릭의 부고가 도착한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전개다. 그런데 핌이 아버지 장례식 이후 복귀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가 스파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무심코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또 그가 가지고 나간 번박스를 생각하면 더 심각해진다. 이 심각한 상황을 뒤좇는 인물이 매그너스를 스카우트한 잭이다.
정보국을 떠난 핌은 자신의 성장기와 아버지 릭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풀어놓는다. 그의 아버지 릭은 어릴 때부터 사기를 친다. 사기꾼 아버지와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매그너스의 성장기는 상당히 혼란스러워 보인다. 수많은 회사를 설립해 사기를 치는데 모든 사기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사기꾼 이버지와 떨어져 살아도 그의 삶은 그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한때 수도사가 되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아들 톰과 상사 잭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잠시만 방심하면 바뀐 대상 때문에 헷갈린다. 중간중간 이상한 번역도 낮은 집중력을 더 깨트린다. 호칭이 수시로 바뀌면서 이 혼란을 더욱 부채질한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정보국 요원이 사라진 것은 정보의 유출과 함께 기존의 내부고발자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그가 체코 등의 공산주의 진영으로 넘어갔다면 지금까지 심어둔 모든 정보원을 철수시켜야 한다.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섣부르게 진행할 수는 없다. 핌을 스카우트하고 키운 잭 브라더후드는 한때 핌의 아내 메리의 정부였다. 핌이 전 부인과 헤어지고 그녀와 결혼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잭을 비롯한 정보요원들은 집을 온통 뒤집고 어떤 단서 하나라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가 넘어갔다는 단서도, 아니라는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보도 제한을 걸고, 핌을 찾아내거나 이 불안정한 상황을 진정시킬 확실한 정보를 발견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들이다.
1권의 내용만으로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핌의 회고록 역할을 하는 부분이 주는 복잡하고 난해한 상황과 심리 묘사 등은 좀더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희대의 사기꾼인 아버지와 그의 부하들이 벌이는 시기 행각은 또 어떠한가. 1권을 읽다 보면 단순히 정보국을 떠난 것인지, 아니면 정보권이 걱정하는 것처럼 조국을 배신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이 눈에 들어올 뿐이다. 그리고 한 정보국 요원의 실종이 스파이 세계에 어떤 긴장감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조금 엿볼 수 있다. 2권을 모두 읽고 난 후 이 책의 감상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