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1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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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다. 이런 장르의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데 넷플릭스에 나왔다는 소식에 혹해 선택했다. 거기에 주인공 가족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하니 살짝 더 관심이 갔다. 예고편을 조금 보니 아주 재밌다. 여주인공 라라 진 송은 한국계 엄마는 사고로 죽었고, 아빠와 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산다. 이 가족에게는 가족 같은 옆집 오빠가 있다. 조시다. 조시와 언니는 서로 사귀었는데 언니가 스코틀랜드 대학교로 가면서 헤어졌다. 조시가 헤어지자는 소식에 울고불고하지만 언니의 결심은 굳건해 보인다. 이때 그녀는 자신이 먼저 조시 오빠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자신만이 읽기 위한 편지를 썼다는 사실도.


누군가를 짝사랑하면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손으로 쓰던지, 이메일로 쓰던지, 아니면 마음속으로 그 감정들을 담아둔다. 이 감정의 편지는 혼자만의 것이고, 절대 상대편에게 갈 일이 없는 편지다. 그런데 이 편지가 남자들에게 발송되었다. 다섯 명의 남자 모두에게 말이다.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학교 최고의 인기인이자 미남인 피터 카빈스키가 편지를 들고 왔기 때문이다. 편지 속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이 편지가 발송된 것을 안 라라 진은 집으로 달려간다.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피터도 문제지만 조시 오빠는 더 문제다. 그는 언니의 전남자친구이지 않는가. 조시가 편지를 들고 다가온다. 이 편지에 담긴 감정이 혼란스러워 묻기 위해서다. 라라 진의 언니 마고가 떠나 가슴 아픈 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불러온다.


자신이 조시 오빠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결코 알리고 싶지 않은 라라 진은 피터에게 갑자기 키스를 한다. 둘이 사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사실 피터는 그녀의 첫 키스 상대이기도 하다. 어릴 때이지만 피터의 전 여친 제너비브와 옆집에 살면서 친했던 적도 있다. 제너비브는 학교 최고의 미녀이기도 하고, 피터를 꽉 쥐고 있다. 피터는 제너비브에게 차인 상태다. 피터는 제너비브의 질투심을 불러오고, 라라 진은 조시 오빠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둘은 계약 연애를 하기로 계획한다. 당연히 이 알콩달콩한 계약 연애는 서서히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끌리고. 원래 목적을 살짝 어긋난 수준으로 나아간다. 물론 이 과정에 온갖 장애물이 놓여 있다.


정말 잘 읽힌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삶 일부를 살짝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에는 인종 차별적 요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작가 자신도 한국계이고, 라라 진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보니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데 보쌈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쌈이 아니다. 세상에 오븐에 보쌈을 굽다니. 목살을 소금에 절인다고. 이 짠 음식을 야채에 싸먹는다고 하지만 짜다. 가끔 한국음식에 대한 낯선 요리법을 만날 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익숙한 한국 과자들이 나왔을 때는 괜히 반가웠다. 이들이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미국에 사는 후배가 떠올랐다. 잘 알지도 못하는 그의 두 딸이 왠지 라라 진과 겹쳐보인다.


유쾌한 소설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예전에 한창 보았던 미국 하이틴 드라마의 연장선에 있다. 라라 진의 계약 연애는 그녀의 성장을 담고 있다. 최고의 인기남이자 허세 가득한 피터와 사귀는 척하면서 자신의 경험치를 조금씩 높인다. 1편만 나왔다면 다음에 이 둘이 어떻게 될지 엄청 궁금했지만 다행스럽게 3권까지 한꺼번에 나왔다. 2권에서 이 둘이 어떤 상황인지 안다. 안다고 해서 이 둘의 연애가 어떤 과정과 소동을 불러올 지까지는 알 수 없다. 중늙은이가 이들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그 나이 때의 감정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157센티미터(사실은 156에 더 가깝다) 라라 진의 성장이자 연애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늘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편지 발송의 미스터리가 풀리는데 솔직히 예상한 부분이다. 왜 그렇게 했는지는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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