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중남미 마약 카르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소설 등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이 카르텔이 저지르는 만행과 그 피해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니면 이 카르텔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 카르텔을 부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소설은 카르텔에 일가족 모두가 죽은 후 살아남은 모자를 내세워 이들의 처절한 탈출기를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이들만이 아니라 이 모자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만난 다른 나라의 난민 등을 같이 엮어 이것이 결코 한 개인이나 가족 혹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이 세운 거대한 장벽과 정책 변화가 난민에게 끼친 영향도 같이 보여준다.


총알이 창문으로 날아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화장실에는 루카 혼자 있었다. 엄마가 들어와 커튼 뒤에 같이 숨는다. 살인자들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후 살아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운 좋게 이 모자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이 운은 밖에 나와 열여섯 명의 시체를 발견하는 순간 바뀐다. 대녀의 성인식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 모두가 죽었다.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도 믿을 수 없다. 30% 정도의 경찰 등이 카르텔로부터 돈을 받는다. 이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문자로 이미 보냈다. 엄마 리디아는 아들 루카와 살아남기 위해 도망친다. 현찰을 최대한 모은 후 호텔에 가서 현찰을 지급한다. 그런데 현찰 지급 사실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이 카르텔에 이 정보를 알린다. 카르텔로부터 편지 한 통이 전해진다. 달아나야 한다. 아카풀코를 먼저 떠난 후 멕시코를 벗어나 미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호텔에서부터 카르텔에 대한 두려움을 품은 그녀에게 최대의 장애는 멕시코시티까지 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지만 곳곳에 카르텔이 만든 검문소가 있다. 이 검문소를 피하기 위해 남편의 친구 부부에게 부탁한다. 미국에서 온 아이들이 멕시코 시티로 돌아갈 때 같이 타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이 일의 위험성 때문에 그 아내가 거부한다. 그녀가 왜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그들이 버스를 타고 검문소를 지나갈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래 전 군부대 근처를 지나갈 때 검문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차가 지나갈 때 돈을 찔러줘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죽을지도 모른다. 살벌하다.


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를 탈 수가 없다. 아이의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공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바로 뗄 수 있지만 리디아가 그 서류를 떼려면 태어난 주도로 가야한다. 그것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카르텔은 지역을 넘어가는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검색한다. 방법은 걷거나 다른 중남미 난민처럼 기차에 올라타 국경 지역으로 가야한다. 물론 이 기차는 돈을 내고 타는 안락한 기차가 아니다. 화물 열차다. 이 열차의 이름은 라 베스티아다. 짐승이란 의미다. 달리는 기차에 올라타야 한다. 요령도 용기도 필요하지만 실패하면 기차 바퀴에 죽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고국을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을 감수한 채 기차에 매달린다. 소설 속에서 이런 비극이 가끔 나온다. 살기 위해 떠났지만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모자에게 하나의 전환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솔레다드 자매를 만났을 때다. 너무나도 예쁜 솔레다드, 그 미모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평화 시기에 미모는 화려하게 꽃을 피울 수 있지만 이런 환란기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착한 남자들의 선의는 그들을 살아가게 하지만 나쁜 놈들의 마수에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리디아 모자와 함께 고가에서 지나가는 기차 위로 뛰어내리면서 이들은 하나로 묶인다. 리디아의 비극처럼 이 자매 또한 가족의 비극을 안고 있다. 이들이 국경지대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수많은 위기의 순간과 실제 위험은 보는 내내 치가 떨린다. 학살을 피해 달아났지만 그 과정에 만나야 하는 위험이 너무 많다. 리디아는 카르텔의 눈도 피해야 한다.


비극의 시작은 남편이 쓴 기사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그녀가 친구로 사귄 카르텔의 두목 하비에르와 이어진다. 작은 방심이, 자신이 안다고 착각한 일이 연쇄적으로 비극을 불러왔다. 두려움에 떨면서 달아나는 그녀에게 위기의 순간은 계속 찾아온다. 아들 루카가 없었다면 포기했을지 모른다. 가져온 돈이 없거나 위험에 처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들의 여정은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난민들이 기차를 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쉴 곳을 제공하는 모습은 멕시코의 암울한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장면이다. 이런 사람들과 달리 난민들을 사로잡아 돈을 벌고 강간하고 사냥하는 사람들도 나온다. 현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로 가득하다. 재미있고 묵직하고 잔인하면서 진한 감동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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