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색다른 좀비 소설이다. 사회파 SF 미스터리란 혼종 장르다. 이 소설 속 좀비는 마약에 의해 만들어진 좀비다. 작가는 이것을 과거의 사실과 상상력의 결합으로 이어간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설명 중 하나는 바로 마약성 진통제다. 최근 읽은 책에서 미국에서 마약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글을 읽을 적 있다. 처방전만 있으면 살 수 있고, 이것은 중독으로 이어진다. 합법적인 유통이란 점에서 더 무섭다. 이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중독되고, 죽은 사람은 있지만 이것을 제대로 파헤치고 배상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이 소설이 다른 좀비 소설과 다른 점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하게 말하고, 좀비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나는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 국경수비대로 일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차들을 이용해 마약을 반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단란한 일가족으로 위장했지만 금발 들킨다. 그러다 누군가 좀비처럼 경비대를 공격한다. 총격이 가해진다. 계속 움직인다. 머리를 맞은 후 완전히 멈춘다. 전형적인 좀비 사냥법을 제시한다. 한나는 사무실에서 마약 봉투를 발견한다. 동료가 흘린 것이다. 그 동료가 한나에게 가지고 있는지 묻는다. 모른다고 대답하는데 그가 협박한다. 근무시간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온다. 집에는 딸 러너가 있다. 부모의 마약 중독 때문에 하반신 마비로 태어났다. 아이 아버지 제이콥은 야행성동물1을 먹고 좀비처럼 사람을 공격하다 총에 맞아 죽었다. 이들이 마약에 중독된 이유가 바로 학교 총격 사건의 트라우마 때문인데 말이다.


더욱 강해진 야행성동물 마약이 엘파소를 덮친다. 좀비가 되어 사람들을 물어뜯는다. 위기에 상황에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가 등장한다. 하진이다. 한나는 하진에게 끌리지만 하진은 귀국해야 한다. 명함 한 장 남기고 그는 떠났다. 엘파소의 마약 좀비는 한나를 귀국하게 만든다. 그녀의 부모는 흰섬이란 곳에서 살고 있다. 귀국해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백병원이란 곳에서 마약 좀비가 확산된다. 작가는 여기서 SF적인 요소 하나를 집어넣는다. 바로 고대의 ZED 바이러스다. 야행성동물2가 ZED 바이러스 보유자에 투여되면 좀비로 변하고, 그에게 물린 사람도 좀비로 변한다. 한나가 머무는 흰섬은 이제 좀비들로 가득 찬다.


좀비가 생긴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일반 좀비 소설과 별 차이가 없다.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와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대결 구조가 이어진다. 고립된 섬에서 일부 사람들이 경찰서의 무기를 탈취해 좀비들을 사냥한다.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쏜다. 한나는 흰섬에서 다시 하진을 만나고, 좀비로 변한 가족의 공격을 받고, 다리가 불편한 딸 러너를 찾아다닌다. 미국 시민권 때문에 군에 들어가 훈련을 받은 그녀는 일반 시민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액션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바닷물에 들어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되면 한 곳에 모여 있는다. 이런 좀비는 총을 가진 무리에게 좋은 사냥감이 된다. 인간의 잔혹함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나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영화 한 편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웜 바디스>다. 원작 소설이 있는데 영화만 봤다. 좀비가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다룬 영화인데 이 소설 속 좀비들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좀비의 광란에서 진정된다. 물론 이런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다만 한나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이들이 보통 사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좀비를 죽이기보다 가두는 방식을 사용한다. 당연히 총으로 죽이는 것보다 가두는 것이 더 힘들다. 그리고 흰섬에 일제강점기 당시 만들어 둔 지하 통로가 있는데 작가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한나가 섬을 떠나면서 흐지부지된다. 아쉬운 대목이다.


빠른 전개와 좀비라는 설정은 가독성을 높인다. 다양한 사람들보다 한나 쪽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몰입도도 높였다. 적절하게 마약과 권력과 비리 문제 등을 풀어놓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쉽고 빠르고 감상적으로 흘러간다. 다른 좀비 소설 등이 인간의 오만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기는 점을 부각했다면 이 소설은 통제 가능하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어느 정도 희망적인 부분을 보게 되지만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해시태그 #살아있습니다 사용하는 생존자들을 보면서 하진의 희망찬 다짐을 보면서 이 이야기의 다음을 기대해본다. 2편을 쓴다면 어떤 식으로 작가가 풀어낼지 궁금하다. 그 희망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아니면 그 희망이 사그라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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