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평점 :
처음 읽은 작가다. 작가의 전작 제목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전작의 화려한 수상 이력과 ‘어린 시절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삶이라는 바다에서 배처럼 떠도는 소피아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란 소개에 끌려서였다. 여기에 ‘열 개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란 부분도 좋아하는 구성이기에 별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펼쳐 읽으면서 나의 예상과 다른 이야기 전개와 구성이라 조금 놀랐다. 열 개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취향에 맞는 것과 왠지 모르게 낯설게 다가온 이야기들이 섞여 펼쳐졌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사람의 말로만 평가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로만으로도 평가할 수 없다. 어쩌면 평가 자체가 문제일 수 있지만 나와 타인의 평가가 교차하고,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야 조금이나마 가능하다. 타인은 나를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한다. 나의 말을 그대로 전달할 경우 나의 생각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열 개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식의 구성이다. 이야기 속에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소문으로 등장해 소피아라는 한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물론 그 소문이란 것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피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크게 세 명이다. 두 명은 당연히 부모들이고, 다른 한 명은 고모 마르타다. 힘들게 태어난 사연과 불안정한 가정의 삶이 혼란스럽게 다가왔다면 고모 마르타의 삶과 만남은 나를 쉽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겼다. 사회 운동가로 살다가 생명의 위험 때문에 파리로 옮긴 그녀의 삶은 불안하고 불안정했던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삶 속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자살을 시도한 조카 소피아는 새로운 삶을 마주하게 만든다. 혼자만의 삶에서 조카와 함께 하는 삶으로 바뀐다. 그녀와 소피아의 삶이 변하는 순간이다.
미술학도인 엄마 로사나는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 고모에게 소피아를 맡기고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지만 계속 일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빠 로베르토는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회사에서 승진도 하지만 그의 삶은 회사와 애인 사이에 멈춰 있다. 그의 회사 생활을 다룬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활기 찬 모습을 보여주었던가.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삶 속에 화가의 꿈을 접어야 했던 엄마가 잠시 반짝였던 순간은 오스카란 아이를 잠시 돌볼 때였다. 작가는 로사나의 삶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어쩌면 남편이 죽은 후 물에 잠긴 지하실을 청소할 때 삶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고, 자신의 과거를 잠시 돌아보았을 것이다. 늦은 밤 물에 잠긴 화구를 찾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여배우가 된 소피아가 감독을 만나 카메라 테스트 중 눈물 연기를 요청받았을 때 거부한 것이나 뉴욕에서 죽는 연기를 거부한 것 등은 많은 것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그녀를 지켜보는 두 인물은 같은여배우이거나 글을 쓰는 인물이다. 다른 공간 속에서 그녀를 지켜보는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그녀의 삶이나 신조에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엄마처럼 한 곳에 메이지도, 멈춰 서지도 않고 계속 움직인다. 그녀가 현실적이고 사람들을 신뢰하고 결단력 있는 여자란 사실을 분명하게 말한다. 여배우란 설정 때문에 머릿속에서 소피아에 대한 이미지를 멋대로 만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