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
김이듬 지음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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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책방이듬의 운영자가 쓴 에세이다. 이 책에서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영역시집 <히스테리아>가 세계적 권위의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정보였다. 하지만 좀더 찬찬히 소개글을 읽으니 시인이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등을 엮었다는 부분에 눈길이 더 갔다. 하나 고백하자면, 늘 그렇지만 시인에 대해 잘 모른다. 시집을 가끔 읽지만 내가 읽었던 시인조차 기억 못할 때가 있다. 주로 읽는 소설가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시인은 더 심하다. 최근 시집에 관심을 더 두고 있지만 그래도 소설에 비하면 엄청 적다. 책상 옆에 쌓여 있는 몇 권의 시집이 보이지만 언제 읽을지 기약할 수 없다.


책방이듬은 일산 호수공원 근처에 있었다. 과거형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전한 것 같기 때문이다.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나부터 동네서점을 가지 않는다. 회사 근처 대형서점에 가서 사는 경우도 드물다. 만약 동네에 내가 자주 가는 책방이 생긴다면 가끔 생기는 상품권으로 책을 한두 권 정도 살지 모르겠지만 크게 자신할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괜히 뜨끔한 대목들이 많다. 그리고 읽으면서 가수 요조의 책방무사가 떠오른 것도 같은 독립서점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두 저자의 전문 분야가 다르다 보니 풀려나오는 이야기도 다르다. 그래도 이 소소한 일상의 기록과 에피소드들이 가슴 한 곳을 파고든다.


내가 시인의 산문집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듣고 난 후다. 소설가와 다른 시각이란 그의 말이 나의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시인의 산문집에 일단 먼저 눈길을 준다. 산문집 자체를 읽지 않았던 시절도 있지만 조금씩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시인의 산문집엔 더 관심을 두었다. 읽다 보면 시인의 시도, 다른 시인의 시도 에세이 속에 들어 있다. 시집을 잘 읽지 않는데 이렇게라도 읽어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한몫했다. 어떤 글은 읽으면서 산문보다 시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둔한 내 감성에 그렇게 느껴졌다는 말이다. 한 에피소드에서 시인의 시가 어렵다고 말하며 다른 시를 보내달라고 한 한 방송작가의 말이 다시 뜨끔했다.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성공의 반대길을 가는 것과 같다. 한 달 임대료 등을 벌기가 힘들다는 말은 내가 독립서점들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저자의 지인들이 책방 여는 것을 말린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라면 하는 것이 맞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고생의 길을 가는 시인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산다. 이 산문집은 그런 일상을 조용히 담아낸다. 시 청탁을 거절하는 글을 읽으면서 생활의 무거움을 다시 느낀다. 자신은 책방을 벗어나고 싶은데 비용 등의 이유로 책방에서 술을 마시자는 지인의 이야기를 다룬 에피소드는 나의 과거 행동들을 돌아보게 한다.


작은 책방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자신도 강사로 나가 강의를 한다. 한 고등학교에 강의를 한 후 특강료를 돌려준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중에 임대료를 낼 때 그 돈이 아쉬웠던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글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읽었는데 그 기억이 겹쳐졌다. 물론 책방이듬에 온 작가나 시인들이 그녀의 강사료를 거절한 경우도 있다. 일산 호수공원을 생각하면 김훈과 김연수가 떠오르는데 황석영 이야기가 불쑥 나와 놀랐다. 한때 일산 호수공원과 파주 출판단지는 나의 놀이터 중 한 곳이었다. 이젠 너무 멀고, 자유롭게 다닐 수 없지만.


가독성은 좋다. 문장도 간결하고 시적이다.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했지만 담고 있는 생각과 문장들이 나의 시선을 오래 잡고 있었다. 단숨에 읽으려고 하다 멈추고 다른 일을 하고, 짬을 내어 다시 읽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단숨에 달렸다. 읽으면서 그가 경험한 소소한 일상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떤 대목에서 잠시 반발해보지만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의 기록들은 시간 순이 아니다. 편집에 의해 시간은 뒤섞인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에피소드 하나. 손님은 왕이 아니냐는 진상 손님에게 여기서는 다 평등하다고 말하는 대목을 읽고 그 기지에 놀랐다. 시인의 시가 쉽지는 않은 듯한데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시인의 산문집은 이상하게 시를 읽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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