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 - 놀랍도록 유쾌한 우주비행사의 하루
마리옹 몽테뉴 지음, 하정희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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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sf 장르는 스페이스 오페라다. 그렇다고 다른 장르를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쉽고 빠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기에 이 장르를 좋아하지만 하드 sf도 좋아한다. 이런 장르 소설을 읽다 보면 우주라는 공간이 너무 쉽게 다가온다. 누구나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곳으로. 하지만 현실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것도 힘들다. 1969년 달에 인류가 발을 내딛은 후 우리가 우주비행사이라고 부르는 인물들은 지구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우주 정거장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영화처럼 쉽고 가볍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저자는 실존 인물인 토마스 페스케를 통해 이 과정을 사실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내었다.


제목만 보면 우주를 쉽게 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우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우주비행사 후보에 선발되는 것부터 어렵다. 수많은 훈련과정도 어렵고, 공부할 것도 많다. 내 기억으로도 우주왕복선을 보내려고 하다가 실패한 후 더 이상 보내지 않고 있다.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는다고 우주선을 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주정거장의 수선과 우주에서의 실험 등을 위해 각국이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당연히 수많은 우주비행사 지원자들이 모집 공고가 나오면 지원한다. 유럽우주국 우주비행사 지원자는 8천여 명이었고, 그 중에서 합격자는 단 여섯 명이었다.


십 수 년 전 한국도 우주에 한 명을 보냈다. 이소연 씨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그녀와 고산 씨가 뽑혔다. 이소연은 예비 우주인이었지만 결국 그녀가 갔다. 그 당시 크게 홍보되었지만 나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몇 년 전 <중력>이란 소설을 읽고 우주비행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알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우주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며, 운이 좋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만화 속 토마스도 그의 동료들이 먼저 우주로 나가는 것을 봐야 했고, 그가 갈 차례에 몸에 이상이 없어야 했다. 만약 그에게 문제가 생기면 예비 우주비행사가 그 대신 간다. 실제 이런 일은 가끔 벌어진다고 한다. 이 만화에도 자주 나오지만 이 우주비행사들은 아주 승부욕이 강하고, 언제라도 우주로 나가고 싶어한다. 훈련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선발과정부터 괴상하다. 약간 희극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있겠지만 시험은 늘 어렵고 괴상하지 않은가. 유럽우주국이란 단체의 특성 상 선발에 국가 배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한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는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그들이 받는 훈련은 또 어떤가. 미국 나사와 러시아 등을 오가면서 훈련과 교육을 끊임없이 받는다. 대단한 열정과 체력이 없다면 견딜 수조차 없을 것 같다. 이런 훈련들을 받는 것은 우주란 낯선 곳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몇 개월 살다 지구로 돌아온 후 간단하게 묘사한 장면을 보면 다른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우주복에 난 작은 구멍 하나가 죽음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리고 우주에 나가서 그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고 실험하는지 알려준다. 이것도 역시 그들끼리 경쟁한다.


우주에서 그들이 수많은 실험을 하지만 지구에 돌아온 이후 그들이 바로 훌륭한 실험 재료다. 낯선 환경에서 살다 온 그들이 피부, 혈액, 뼈 등의 상태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실제 우주선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현실에서 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온 것들이 많다. 가끔 광고 방송에서도 본다. 읽으면서 내가 별똥별이라고 생각한 것들 중 최소한 한두 개 정도는 우주에서 버린 쓰레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 우주 쓰레기를 대기권에서 불태우기 때문이다. 뭐 각도가 잘못되면 그냥 땅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의 귀환에서도 적용된다. 자그마한 실수로 귀환 각도가 잘못되면 그 속에 타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이 받는 중력이 달라진다. 이 중력에 대한 설명은 그림으로 확인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


어떻게 보면 따분한 일상이고 반복이다. 우주비행사의 일상을, 그 중에서 훈련과 교육을 누가 재밌게 보겠는가. 하지만 작가는 이 일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뛰어난 연출력으로 생동감 있게 정보를 제공한다. 왜 이런 훈련을 받는지, 중력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는지, 우주복을 입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우주선에서 재활용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소소하지만 중요한 정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면 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웃게 만든다. 우리가 보게 된 장면들에 담긴 의미를 알려준다. 사소한 것들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는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인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우주에 나갈 수 있을까? 잠깐 우주로 나간 나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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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ㄹ 2021-02-02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ㅇㅊㅁㄴㅁㅇ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