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갱은 셋 세라 명랑한 갱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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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1권과 2권을 사 놓고 오랫동안 묵혀 두고 있는 사이에 3권이 나왔다. 일본 출간 기준으로 보면 3권이 2015년도에 나왔으니 한국 번역도 늦은 편이다. 아내가 읽을 책을 추천하라고 했을 때 1권을 권했더니 재밌다고 한 기억이 난다. <골든 슬럼버>를 재밌게 읽었다고 하면서 아는 척도 하는데 2권은 읽지 않았다. 워낙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방송에 나오는 작가의 작품을 전달해도 그냥 덮어둔다. 이 책을 들고 읽을 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단상이다. 당연히 역주행의 기다림은 가슴 한 켠에서 꿈틀거린다. 기약할 수 없는 계획이지만.


최근에 서평은 쓰지 않았지만(언제 쓸지 모르지만) 몇 권의 이사카 고타로 소설을 읽었다. 이전에 읽을 때는 깨닫지 못한 그만의 독특한 문체가 최근에는 읽으면서 눈에 들어왔다. 약간의 거부감, 독특함, 기발함 등이 전해졌는데 이런 부분들은 이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는 약간 덜했는데 익숙해져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작품의 성격 탓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가독성과 재미 측면에서는 취향 저격이다. 전작들을 읽지 않아 놓치는 부분들도 많겠지만 3편만 읽어도 큰 무리가 없다. 역자 후기를 보면 세 권이 어떤 이야기를 다루는지 간단하게 알려줘 참고할 수 있다.


명랑한 갱들이 은행을 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순조롭게 은행털이가 진행되는데 마지막에 경비원이 던진 경찰봉에 일행 중 한 명의 팔이 다친다, 구온이다.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가 일하는 호텔로 장면이 바뀐다. 신이치가 근무를 잘 하는지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호텔 로비에서 상당히 기분 나쁜 손님이 나타난다. 신이치를 괴롭힌다. 구온이 소매치기한 정보에 의하면 프리랜서 기자다. 이 소설의 진짜 악당인 히지리다. 그의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방을 찾다가 공격당하는 그를 구해준다. 그때 은행털이범에게 경찰봉을 던진 경비원 인터뷰 장면이 방송에 나온다. 구온이 다친 부위가 히지리의 눈에 들어온다. 관계가 꼬이는 순간이다.


이 일이 생긴 후 나루세 일당들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미행과 성추행이나 폭력 등을 둘러싼 협박이 일어난다. 다행이라면 이들이 보통 사람과 달라 이 상황을 잘 피한다는 점이다. 나루세는 이 상황이 왜 생긴 것인지 알게 된다. 바로 히지리가 자신의 도박 빚을 없애기 위해 꾸민 작전이다. 그리고 호텔에서 히지리에게 일어난 일을 조사한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일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히지리의 기사 때문에 최소 3명 이상이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무책임하고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기사가 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추악한 인물인지 알려주는 대목은 뒤로 가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시리즈 앞권을 읽지 않아 이 갱들이 어떤 성격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히지리를 자신들이 처리하면 될 텐데 그들은 그에게 손도 데지 않는다. 히지리는 협박의 강도를 높인다. 자신의 도박 빚을 없애라고 날짜까지 통보한다. 은행에서 훔친 돈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하지만 이 한 번으로 끝낸다면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닐 것이다. 이 위기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이 부분의 설계에 담겨 있다. 독특한 능력을 가진 네 사람이 힘을 합쳐 한 순간에 반전을 이루어내는 그 계획 말이다. 읽으면서 쉽게 감을 잡을 수 없었던 계획이 실현될 때 통쾌함과 약간의 씁쓸함을 느낀다. 씁쓸함은 아직 이런 기자들이 현실에 많다는 부분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에게 2권 읽고, 3권도 읽어라고 말해야겠다. 당연히 나는 1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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