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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5 -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을 쓰기 전 1권의 서평을 찾아봤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내가 쓴 서평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1권을 이전에 읽은 것 같은데 아닌 모양이다. 열심히 찾아보면서 추리한 결과 <경성탐정록>과 착각한 것 같다. 물론 한동안 <경성 탐정 이상> 1권이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이 나의 머릿속에서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저질 기억력을 탓하면서 이번 소설 속 과거 에피소드를 앍고 지나갔다. 물론 이것도 저질 기억력의 탓이지만. 전작을 의식하면서 읽은 것은 전적으로 나의 실수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가 5권까지 나왔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각각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지 않았기에 전체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다. 5권만 놓고 보면 전작에 등장한 인물들이 상당히 나온다. 나처럼 5권부터 읽는 독자들은 나중에 앞 권을 읽을 때 작은 재미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것과 별개로 전체적인 재미는 예상보다 조금 떨어진다.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실제 완성도 면에서 조금 허술한 부분이 있다. 구성도 치밀하지 않고, 시리즈를 처음 읽는 독자가 캐릭터를 파악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 또 하나 액션 장면을 보면서 긴장감을 느끼거나 이미지를 바로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첫 장면에서 한 소년이 바다를 표류하면서 동생과 헤어진다. 이 장면이 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은데 실제 이상이 발견한 소년들과 교동도의 슈하트 학교의 음모를 연결하는 작은 단서에 불과해 첫 장면의 의미가 많이 퇴색한다. 그리고 이번 장편 소설은 부제인 ‘거울방 환시기’처럼 슈하트 학교의 벌칙방 거울방이 중요한 트릭의 장소로 활용된다. 작가는 이 부분을 이상의 시와 연결하고, 환상과 현실을 교차하면서 어지럽게 만드는데 이 부분의 묘사도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이상과 구보가 교통도의 슈하트 학원으로 가게 된 이유는 학원에서 한 여학생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탐정 이상이 이 실종된 여성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교통도로 간다. 구보와 동행하는 와중에 이상은 자신의 후배를 자처하는 인물을 만나고, 기차 안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이 승객 명부를 조사했지만 이상의 후배란 인물은 없다. 전작에 등장한 여성이 주안나란 여성의 보디가드로 나와 인사를 한다. 주안나도 슈하트 학원에 가는 중이다. 이렇게 도입부를 지난 후 마주한 학원은 음모를 품고 있는 것과는 달리 너무 감정적인 교장의 행동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학원에 무언가 있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조선판인 이 시리즈는 홈즈의 숙적처럼 이상의 숙적을 한 명 만들어 놓았다. 한일 두 왕조의 피를 이어받은 류 다마치가 바로 그다. 사라진 학생을 찾고, 슈하트 학원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은 왠지 치밀한 느낌이 없다. 적들에게 쫓기는 그들이 큰 무리 없이 탈출하는 장면에서 긴장감보다 의아함이 먼저 든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상이 건축 기사였다는 사실을 이용한 트릭이나 낱말풀이를 이용한 암호 해석 등은 작은 재미를 주지만 전체적인 긴장감은 떨어진다. 그리고 소설 중에 윤동주의 시집을 주문했다고 했는데 이때는 내가 알기로는 윤동주의 시집이 출간되지 않았다. 독일 나치 수용소의 만행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도 2차 대전 패망 이후란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착각이거나 괴담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거칠지만 잘 읽히는데 뭔가 강렬함이나 구성 등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