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성 작가 스릴러 시리즈 첫 권이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첫 권에는 늘 끌린다. 충격적인 반전 결말의 심리 스릴러라고 하니 더욱 끌릴 수밖에 없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구성으로 연쇄 살인 사건의 생존자인 테사 카트라이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1995년 사건 이후의 테시와 현재의 테사로 구분했는데 같은 인물이다. 호칭의 변화 때문에 목차를 보고 다른 인물이란 생각을 했는데 같은 인물이었다. 과거는 사건 이후 테시를 진찰한 심리학자와의 대화가 주를 이루고, 현재는 사형 선고를 받은 연쇄살인자 테렐이 무죄라는 생각과 그녀 주변에 감도는 불안과 공포를 다룬다.


16살의 소녀 테사가 살아난 것은 그녀의 선천적인 심장의 느림 때문이다. 그녀가 발견된 곳에서 이미 죽은 몇 명의 여성 시체도 같이 있었다. 이 이미지는 평생 그녀를 따라 다닌다. 수잔들이라고 부르는 그녀들의 몇 명의 신원조차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때 그녀가 자신을 강간하고 죽이려고 한 연쇄살인범의 얼굴을 기억했다면 간단했겠지만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살아났다고 하지만 그녀의 몸은 수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갑자기 시력을 잃었고, 어느 날 시력이 회복되었다. 심리학자와의 대화는 그 당시 그녀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테사는 자신의 집 주변에 심어진 블랙 아이드 수잔을 보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그녀가 테렐이 무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유도 바로 이 꽃들 때문이다. 책 표지에 이 꽃들이 나온다. 불안은 그녀가 사는 집에 보안 장치를 하고, 딸 찰리에게 철저하게 주의를 준다. 불안감은 그녀가 딸에게 연락이 되지 않을 때 폭발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또 열네 살 딸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 때문이다. 실탄을 장착한 총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다. 집 주변에 심어진 블랙 아이드 수잔과 테렐의 사형집행일 확정 등으로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생긴 일들은 이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연쇄살인의 피해자가 안심하면서 살기는 힘들다. 언제 또 그런 피해를 입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범이라고 잡힌 인물이 진짜가 아니고 진짜가 밖에서 그녀를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집착은 더 심할 것이다. 작가는 이런 심리를 잘 다룬다. 교차하는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기록 속에서, 싸운 것에 화가 나 무시하고 있던 기억 속에서 불쑥 과거가 되살아난다. 연쇄살인범이 보낸 협박장은 결정적으로 이 생각을 강화시킨다. 재판 증언 이후 싸운 후 사라진 단짝 리디아도 그녀에게는 하나의 공포다. 혹시 하는 감정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범의학의 진보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한참 CSI 시리즈를 볼 때 새로운 과학 기술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 소설도 그런 상황을 잘 그려낸다. 당시 기술로는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었던 신원 미상의 여성들 정체를 밝혀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범인을 밝혀내진 못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이 가진 불안과 의심을 지우기엔 충분하다. 물론 하나의 가능성도 지운다. 테사가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과 공포를 담아 몇 가지 물건들을 찾아낸다. 이것들을 검사해 안도감을 심어준 것도 과학 기술이다. 테렐의 사형이 집행 정지되기 위해서는 더 분명한 증거 자료가 필요하다.


천천히 소설을 읽으면서 피해 여성이 느끼는 감정에 조금씩 공감했다. 일상을 살아가야 하기에, 자신의 실수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새롭게 끌리는 감정에 조금씩 눈길이 옮겨갔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뭐지? 내가 읽으면서 무엇을 놓친 것이지? 늘 많은 것을 놓치지만 이런 반전은 예상 밖이다. 개인적 취향과는 조금 맞지 않다. 누군가의 말처럼 다시 읽으면 그 단서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사실이 풀리면서 수많은 이야기는 요약되어 흘러나온다. 이 간단한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건 해결 이후의 또 다른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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