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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새로운 한국 소설가들의 이름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중에서 제대로 작품을 읽은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틈틈이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지만 장르 문학에 더 집중하고, 낯익은 외국 작가의 소설을 더 읽다 보니 겨우 이름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낯익은 작가조차 사놓고 묵혀두고 있으니 새로운 작가에게 손이 나가는 것은 더 힘들다. 백수린은 이전에 짧은 단편 한 편 정도를 읽은 적이 있지만 그 단편집에 실린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 나의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었다. 실제 그 단편집은 작가들이 너무 많아 낯익은 작가조차 지금은 기억 못한다. 이것도 인터넷 서점 검색을 통해 겨우 알았다.
한때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시인의 산문집에 관심을 가졌고, 이것이 소설가의 산문집으로 다시 이어졌다. 가끔 번역 소설들이 주는 문장의 피로함을 푸는 데는 한국 소설가의 작품이 딱 맞다. 모국어란 것이 주는 익숙함 때문인 듯하다. 잘 된 번역의 경우라면 이런 피로함이 없겠지만 문장이 어색한 번역투의 소설 등을 자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로감이 쌓인다. 그런데 이 책에서 외국어로 말하고 쓰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와 나의 시선을 끌었다. 물론 번역과는 다른 문제다. “외국어로 말하는 일이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모국어 중심의 인식 틀을 넘어설 수 있게 해준다”는 부분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작가의 이력은 화려하다. 내가 알고 있는 문학상만 두 개 수상했다. 한때 이런 문학상을 좇아다니며 찾아 읽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밀린 책들만으로도 벅차다. 그래도 이런 문학상 수상작에는 늘 눈길이 간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앞에서 말한 소설가의 첫 산문집이란 이유가 가장 크고, 내가 좋아하는 ‘빵’과 ‘책’을 매개로 글을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목차에 나오는 빵들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빵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낯설고 낯익은 작가와 책 제목들이었다. 집에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지만 읽은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이 산문집에 신춘문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도 수많은 소설가 지망생(?)이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수많은 질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소설가란 타이틀과 문단으로의 진입을 감안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실에서 이런 소설가들보다 웹 소설가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지만 그들의 눈은 여기에 머물고 있다. 몇 년 전 이런 부분을 다룬 소설을 한 권 읽었는데 이때도 이런 그들의 집착(?)이 계속 가슴에 남았다. 물론 나 자신도 한때 문학청년을 꿈꾸지 않았던가. 뭐 장르소설도 쓸 집중력이나 노력도 없었지만 말이다.
소설가들이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나와 다른 시각을 발견한다. 이 때문에 이런 책들을 계속 읽게 된다. 사놓고 묵혀두거나 관심을 두지 않은 작품에 눈길을 주는 것도 이런 해석 덕분이다. 읽었던 책에서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떠올려줄 때, 작가가 다시 읽으면서 바뀐 감상을 말할 때 속된 말로 혹한다. 그리고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소설가로써의 삶을 말할 때 나와 다른, 혹은 내가 누릴 수도 있는 삶의 순간을 생각한다. 이런 책을 읽으면 늘 사고 싶은 책이 늘고, 꼭 읽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되지만 나의 욕심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단편집에서 인상적인 단편 하나만 다루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보면 나의 글쓰기 방법을 다시 검토한다. 다정한 매일매일, 내가 자주 놓치는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