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세습 - 중산층 해체와 엘리트 파멸을 가속하는 능력 위주 사회의 함정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서정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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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은 복잡하게 엮이기 시작했다. 나 자신도 어느 정도는 능력주의를 신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미국식 능력주의를 신봉하지는 않는다. 상위 1% 이상이 얻는 연봉을 보면 일단 반감부터 생긴다. 그들이 보여준 능력이 과연 그 정도일까 하는 의문도 같이 따라온다. 이런 반감을 뒤로 하고 이 엘리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이 권력을 자신의 자식들에게 이어주려고 하는지 차분히 들여다볼 때 내 삶도 같이 돌아본다. 내가 늘 주장하는 자식의 교육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586 세대로 불린 사람들이 그들의 자식을 어떻게 키웠는지 떠올리면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저자는 미국의 능력주의가 강화된 것이 불과 수 십 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점점 낮아진 세율과 중간층 노동자들이 필요 없어진 환경 등이 엮이면서 부의 지도가 재편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일반 직원으로 들어가서 회장까지 직위가 올라갔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 이전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이제는 직업과 소득 수준에 따라 거주지가 나누어진다. 거주지가 나누어진다는 것은 학교가 바뀐다는 의미다. 학교가 바뀌면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 오래전 한국도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과외수업을 받게 하고, 이사를 다녔던가. 실제 저자는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책 속에서 한두 번 인용하기도 한다.


능력주의와 대비해서 설명하는 것은 예전의 귀족주의다. 이제는 귀족주의가 누구에게나 배척받고 있지만 이전에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시대의 변화가 능력주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이 부분이 논의되어야 바뀔 수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과 2008년 금융위기 사건과 연결해서 월가의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지적한 부분은 엘리트들이 정치적으로는 진보를 말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란 부분과 이어진다. 실제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말로는 진보를 외치지만 부동산에 가면 누구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능력주의는 귀족주의처럼 엘리트 계층과 나머지 계층을 전반적으로 분리한다. 탁월한 교육의 특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이런 능력주의도 문제가 있다. 엘리트들을 과도한 노동에 빠트린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노출면서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남 어린이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정신적 문제를 겪은 아이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 강남이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예전과 달리 엘리트 학생들만 뽑는다는 부분은 한국 대학들이 특정 지역 학생들을 선호한다는 것과 이어진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엄청난 부를 물려주지는 않지만 탁월한 교육을 받게 하면서 권력을 대물림한다. 이 결과 부유층과 중산층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중산층과 저소득층 간의 격차는 줄어든다. 양극화가 더 심화된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을 정당한 것으로 선언함으로써 ‘중산층에게 경제적 피해에 도덕적인 모욕까지 가했다’고 주장한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남녀 임금 격차가 축소되는 추세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남성의 임금 하락이 빚어낸 결과물이란 부분이다. 실제 최상위 소득자들 중 여성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여성들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난자를 냉동 보관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 비용을 회사가 내주지만 임신 결정권마저 회사로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월가의 고소득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은 놀랍지만 그렇게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다. 한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차이라면 하는 일과 엄청난 연봉 격차 정도랄까. 뭐 능력주의에서는 이것이 전부일 수도 있지만.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은 능력주의 그 자체의 폐해”고, “무엇보다 능력에 대한 사고방식이 그 폐해의 근원”이며, “능력주의는 귀족의 정치와 경제 형태가 현대적으로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능력주의가 과대평가되었다는 부분도 나온다. 조금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것 중 사립대학 기부금 부분이 있다. 엘리트들이 학교에 기부금을 내면서 세액 공제를 받고, 학교는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이 돈으로 차별화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엘리트가 대물림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내 삶을 돌아보고, 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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