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킹 오레오 새소설 7
김홍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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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 책을 선택할 때 다른 작가와 착각했다. 요즘 이런 일이 자주 있다. 개인적으로 출판사에서 새롭게 내고 있는 새소설 시리즈를 좋아한다. 벌써 몇 권 읽었다. 나의 시선을 끈 소개글은 ‘총기 소지가 금지된 대한민국 서울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난다’는 대목이다. 이 문구를 보고 오래 전 한 직장인이 총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 한국 영화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총이란 무기가 얼마나 위력적이고 위협적인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단순한 해프닝에서 멈추지 않는다.


목차를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무슨 내용이기에 이런 목차가 나오는 것일까? 목차 속 이름들과 다른 명사들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도저히 내용을 짐작할 수 없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의 제목이 같은데 이것은 또 뭐지? 오수안과 윤정아의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총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둘의 사건이 엮이면서, 목차가 의미하는 바를 이행하는 사람들이 나오면서 조금씩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주 황당하고 놀라운 오레오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 오레오 먹는 방법에는 광고에서 그렇게 강조한 우유에 찍어먹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이제 오수안과 윤정아의 관계를 말해보자. 윤정아는 심한 불안감에 휩싸여 살아간다. 담당의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총 만들기 게임에 참석한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녀의 몸을 관통한 총알이 오수안의 머릿속에 박혔다. 파편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는데 혼수상태에서 과거의 기억들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오수안은 오리지널 오레오를 좋아한다. 뇌 부상으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오레오가 마약처럼 그에게 다가온다. 오수안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오레오를 먹는다. 과자를 이렇게까지 가공해 먹다니 대단하다. 나중에는 정말 마약이나 담배처럼 흡입한다.


임다인과 박창식 이야기가 나오면서 도둑들의 단체 이름이 드러난다. ‘반드시’가 단체 이름이다. 강령에도 반드시가 들어간다. 고민지, 양은아도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도 ‘반드시’의 멤버다. 학생, 기자, 국정원 직원, 사회복지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박창식의 가게에 모여 조직을 결성했는데 실제 도둑질을 한 것은 딱 한 번뿐이다. 바로 평창동 윤정아의 집을 털러 간 것이다. 윤정아가 죽은 후 이 가족은 산산조각났다. 아들은 먹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아버지는 알 수 없는 뭔가를 한다. 유령으로 변한 정아는 이 현실이 안타깝고 두렵다. 하지만 유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오수안이 총과 결합하면서 그녀와 대화가 가능해질 뿐이다.


서울은 갑자기 총기 사고가 늘어났다. 어느 날 날아온 메일의 정보 탓에 을지로 고수들이 도면을 바탕으로 총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총이 쏘면 폭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몇 명이 죽었다. 사회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런 사회문제에 파고들지 않고 약간 황당한 부분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유머스럽고 현실 비판적인 이야기에 판타지 같은 설정이 개입한 것이다. 그리고 총에, 정말 총에 영혼을 부여한다. 사람들에게 총 도면을 준 것도 총 영혼이 저지른 행위다. 약간 황당한 듯한 설정이지만 여기에 매몰되지 않고 가볍게 지나간다. 그 부분도 상당히 재밌다. 또 후일담처럼 풀어낸 이야기는 어떤가. 실제 상품명 등을 이용해 쓸 데 없이 추측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만든 것도, 익숙하게 느끼게 만든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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