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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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인의 발견과 완성을 위한 인문 에세이 시리즈 4권 중 마지막 편이다. 심연, 수련, 정적, 승화 등으로 이어지는 작업이다. 이전 세 편도 읽었는데 실용적인 수련법보다는 학구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전작들처럼 자신의 전공 분야를 잘 활용해 4부, 28개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4부는 응시, 엄격, 명료, 승화 등이다. 저자는 승화가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승화를 지금의 삶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추구하려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읽다 보니 일본 만화 <드래곤 볼>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한 단계를 넘어가면 또 다음 단계의 적이 나타나는 설정 덕분이다. 저자는 동네 야산과 그 산보다 높은 산의 존재를 예로 들었지만.


많은 키워드가 마음속에서 많은 생각으로 움직였지만 1부의 ‘양심’과 ‘전정’은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과연 내가 양심적인 삶을 살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고, 내 삶의 가지치기는 제대로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실패했다. 외부 조건 등에 흔들린 마음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마음에 다른 욕심들이 덕지덕지 붙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욕심을 내려놓고 버려야 하는데 탐욕이 이성을 삼켜버린다. 만족이란 감정에 휩싸여 더 나아가지 않고 머문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걸음’ 이 단어를 한때 현실이 아닌 과거로 만든 적이 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면서 걷기는 아주 특별한 일이 되었다. 걷지 않으면서 생긴 수많은 육체적 질병 등은 가끔 나태한 나 자신으로 이어졌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은 언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은가. 나를 알려주는 것 중 하나가 ‘취미’다.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취미는 점점 폭이 좁아진다. 깊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한 번 나태해진 나는 가볍게 취미를 즐길 뿐이다. 어떨 때는 즐긴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신중하지 못한 행동과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는 말할 수조차 없다.


간절하게 갈구하는 마음은 집중력을 높인다. 간절함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여유가 차지하면 좋겠지만 반복되는 일상이 그곳에 놓인다. 탐구하고 모험하고 자신의 잠재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할 때 우린 동물적 인간에서 신적 인간으로 승화한다. ‘내재’는 내 속에 있는 것을 통찰하는 것이다. 우린 점점 더 즉각적이고 즉흥적으로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내 기억을 뒤지기보다 검색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대에서 바라는 인간상일지 모르지만 그 도구가 없을 때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어느 순간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위대한 변화의 시작으로 ‘승화’를 꼽는다. ‘각성’도 ‘모험’도 ‘변모’도 일상의 우리 존재를 깨어나게 하고 경계를 초월하게 한다. 저자는 승화를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승화는 어제와 달라질 오늘의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자, 지속적으로 자신을 혁신하려는 용기 있는 도전”이라고 정의한다. 신뢰와 지속과 혁신과 용기와 도전이 중요 키워드다. 하나만 빠져도 승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등산, 산책, 자연 등을 이 글 속에 계속해서 노출한 것도 변화와 그 변화를 인식하고 관찰하는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풍부한 지식에 부러움을 느낀다. 잠시 긴 숨을 내쉬며 잠깐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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