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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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의 평이 좋아 선택했다. ‘후속작’을 속편으로 읽은 나의 오독으로 전작과 이어지는 소설로 착각했다. 읽으면서 전작의 주인공은 언제 나오지 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러다 전작과 관계없는 소설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사 놓고 읽지 않은 전작으로 이 소설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순간 사라졌다. 하지만 두 작품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사이코패스가 등장하고, 가족이란 점이다. 물론 공간적 배경도 같은 미시간 주 어퍼 반도다. 미국 지리에 문외한인 내가 이곳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래도 읽는 데는 무리가 없다.


소설은 두 명의 시점을 번갈아 표현한다. 이 둘은 딸 레이첼과 엄마 제니다. 레이첼은 스스로 엄마를 총 쏴 죽였다고 생각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그녀가 엄마를 죽인 것을 보고 아빠가 자살했다는 이미지를 계속 품고 있다. 그런데 경찰의 보고서는 이것과 다른 사실을 알려준다. 열한 살 여자 아이가 매그넘을 쐈다면 그 반동으로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그녀가 쐈다고 생각한 총상과 다른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왜 그녀는 이런 생각에 빠져 그 동안 정신병원에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언니와 이모는 왜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공식 자료를 통해 기억의 왜곡을 깨들은 그녀는 집으로 돌아간다.


옆집 아이가 수영장에 빠져 죽었다. 어떻게 들어왔지? 다이애나가 거짓말을 하나 했다. 아이는 TV를 보고 있었다고 말하지만 물에 젖은 것을 엄마는 알고 있다. 혹시 하는 두려움에 빠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해 시아버지의 산속 저택에서 살자고 한다. 자연림 속에서 두 사람이 생물학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리고 다이애나가 어떤 아이인지 알려주는 상황을 보여준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 거짓말을 표정 변화 없이 한다. 물론 아직 아이라 엄마는 금방 그것을 알아챈다. 하지만 엄마라는 사실이 이 아이의 결함을 계속 눈감게 한다.


정신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레이첼은 자신에게 반이 상속된 땅의 개발 소식을 본다. 언니가 몰래 땅을 팔 모양이다. 자신이 정신병원에 있으니 이 일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숨긴 채 집에 몰래 숨는다. 왜 그렇지? 이 의문은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밝혀진다. 어릴 때 유일한 놀이 친구였던 언니와 그녀는 이제 적이 되어 대립한다. 이 이유는 그녀의 기억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고, 엄마 제니의 기억 속에서 보완된다. 이 둘의 대결은 격렬하게 싸우기 보다는 숨고, 찾고, 도망가는 상황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언니 다이애나다.


사랑하는 딸의 이상을 깨달은 엄마는 현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숲 속에서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의사를 만나 딸이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상적인 아이와는 완전히 다른 아이다. 정서적 공감은 없고 자신의 이익이 우선이다. 호기심 때문에 동생 레이첼을 베개로 질식시키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둘만 놓아두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둘째 딸을 지키면서 첫째 딸을 관찰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다른 시각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바로 레이첼이다. 그녀에게는 언니가 유일한 친구다.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이자 보호자인 엄마 제니가 보기엔 무시무시한 상황이 여러 번 일어난다. 제니의 글을 읽다 보면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계속 긴장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누가 진짜 살인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누가 진짜 살인자인지 알아채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니다. 현재와 과거의 상황이 교차하면서 이런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사실을 하나씩 깨닫게 되는 지금의 레이첼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족 내부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것이 살인이란 사회적 범죄로 이어지면 다르다. 만약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살인이 있다면 어떨까? 방대한 자연림은 이런 살인을 숨기기엔 최적의 장소다. 이런 생각들이 레이첼의 기억과 현실을 읽으면서 멈추지 않았다. 얼핏 보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약육강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긴장감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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