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시명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전작 <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재밌게 읽었다. 계간지 <미스터리>에 연재된 것을 모은 책이었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장편은 어떨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이번에 장편이 나왔다. 먼저 반가웠다. 전작을 읽으면서 내가 품고 있던 의문 두 가지가 이번에 풀린다. 하나는 커피유령 할의 과거고, 다른 하나는 바리스타 탐정 환의 가정사다. 이번 이야기 속에 이 둘의 이야기는 엮이고 꼬인다, 부성과 아들의 감정이 충돌하고 뒤틀린다. 그리고 이런 부성을 담은 민화 평생도가 중심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준다. 가독성이 좋아 잘 읽히는데 작은 의문도 있다.


이 평생도는 보통의 평생도와 다르다. 아무리 민화라고 해도 그림은 돈 있는 사람의 소유물이다. 한 장짜리 간단한 민화라면 민초가 가질 수 있겠지만 병풍으로 만들 정도라면 ‘감히’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노비의 평생도라니. 백정 아비 말복이 자신의 신분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떠난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고 화원에게 노비까지 되면서 부탁했다. 화원은 아비를 노비로 굴릴 뿐 그림을 그려줄 마음이 없다. 하지만 아비의 간절한 염원은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운 기술에 지극한 정성을 담아 화폭으로 옮겼다. 걸작이다. 이 평생도를 탐낸 화원에 의해 노비는 쫓겨난다. 그리고 이 평생도는 하나의 전설로 만들어져 국내외를 떠돈다.


이런 평생도를 탐내는 사람들은 많다. 마환에게 이 노비의 평생도를 찾아달라고 온 신창성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의뢰금과 평생도에 대하 호기심에 마환은 이 일을 시작한다. 그에게 그림을 판 사람을 찾아가고, 그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을 소개 받는다. 소개와 조사를 통해 이 그림이 그려진 영월에까지 가게 된다. 영월은 할의 고향이다. 할은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커피 맛도 못 느끼지만 전생의 기억이 환으로 하여금 커피숍을 열게 했다. 이때 생긴 몇 가지 사건들이 전작의 단편들이고, 마환이 바리스타 탐정으로 불리게 된 원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할과 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 할이 차를 두려워하면서 같이 외출할 경우 생길 환이 사고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평생도가 가졌다고 하는 영험한 기운은 많은 소유자를 매혹시켰다. 이 그림의 기운을 행복하게 누리면 그만이지만 욕심은 멈추지를 못한다. 의뢰자도, 이 그림을 몰래 훔쳐간 사람도, 살인자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이 그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인물은 그 당시 영월을 찾아온 일본 여인의 후손이다. 도쿄는 환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 마선명 때문이다. 중간중간 흘러나온 환의 과거를 읽다 보면 평생도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다음 권이 나온다면 일본과 연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니면 나의 바람일까?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세 남자의 이야기와 평생도를 둘러싼 탐욕이 뒤섞여 잘 흘러간다. 그 세 남자는 노비 말복과 할과 환이다. 환이 노비의 평생도를 추적하는 과정은 그렇게 극적이거나 긴장감이 흘러넘칠 정도는 아니다. 살인이 일어나지만 이 살인을 적극적으로 추적하지도 않는다. 그의 관심은 평생도에 있다. 결국에는 그 범인을 잡지만 바리스타 탐정의 추리가 빛나면서 생긴 결과가 아니다.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더 공을 들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까. 그리고 마선명의 속내가 이번 소설에서 나오는데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다. 이 둘의 화해가 앞으로 펼쳐질지도 모르는 이야기의 소재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할의 활약이 이번에는 적었는데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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