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 - 영웅들의 섬
신도 준조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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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물섬하면 가장 먼저 어릴 때 읽었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이 떠오른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기억도 희미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영향 때문인지 이 소설도 읽으면서 보물에 대한 생각을 끝까지 놓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이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나오키상 수상작과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재미란 측면에서 나오키상 수상작은 늘 믿을 수 있는 상이지 않은가. 오키나와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여행을 가려고 했지만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미루어둔 곳이다. 그러다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은 이 섬들을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1952년부터 1972년까지 20년의 긴 세월 동안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세 남녀를 묶어주는 인물은 코자에서 영웅으로 불렸던 온짱이다. 온짱은 미군기지에서 물자를 훔쳐내는 일을 한다. 이들을 센카아기야라고 부른다. 이 패거리는 극동 최대의 가데나 미 공군기지를 털러 간다. 늘 최상의 ‘전과’를 올렸던 그가 이번에는 잠입에 실패한다. 어디서 실패한 것일까? 무리들은 흩어져 달아난다. 총을 맞아 죽는 센카아기야도 있다. 이 혼란 속에 구스쿠는 탈출한다. 밖에서 온짱을 기다리던 야마코를 만나 달아난다. 온짱의 동생 레이는 기절한 채 체포되고, 온짱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구스쿠, 레이, 야마코 등은 온짱의 흔적은 쫓는다.


온짱은 어디에 갔을까? 시체라도 있다면 포기하겠지만 시체조차 없다. 그러다 탈옥한 레이에게서 밀무역단에 협박당한 이야기를 듣는다. 코자의 영웅으로 불리지만 밀무역단을 상대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이 밀무역단의 한 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 이 시절 감옥은 수용인원을 훨씬 초과한 상태로 운영 중이다. 정치범, 사상범, 잡범, 살인범 등이 함께 갇혀 있다. 이것이 나중에 폭동을 불러오고, 이 폭동을 둘러싸고 파벌이 나누어진다. 이 폭동을 시점으로 두 사람의 삶의 방향이 바뀐다. 구스쿠는 경찰로, 레이는 폭력배로.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설정이지만 이 극단의 조직은 현실의 다른 부분을 엿보게 한다.


작가는 오키나와의 역사적 사실들을 곳곳에 배치해두고, 그 속에서 세 남녀가 마주한 비참한 현실을 풀어낸다. 신탁통치 중인 오키나와는 미국 달러를 통화로 사용하고, 수많은 토지를 미국 부대에 빼앗겼다. 점령지 군인들처럼 외박 나온 군인들이 저지르는 수많은 만행과 참사는 우리에게도 그렇게 낯설지 않다. 폭행, 강간, 살인, 음주운전으로 인한 살해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읽다 보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만행도 문제지만 처벌은 더 문제다. 사고 친 미군 병사를 헌병이 데리고 가면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 그것이 살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과 분노가 엮이고 꼬인다. 여기서 조폭들도 패가 갈린다.


형사가 된 구스쿠에게 미군 정보원 어빈이 접근하다. 구스쿠는 그들의 정보원이 된다. 그 날 밤 온짱의 정보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경찰 업무도 바쁜데 어빈의 일도 처리해야 한다. 물론 어빈이 그를 주시한 것은 그의 능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조폭이 된 레이는 또 다른 단서를 조사 중이다. 그런데 이것이 두목의 귀에 들어간다. 경고를 받는다. 이때 그를 찾아온 감옥 동료가 있다. 그처럼 강건파였던 다이라다. 그는 나하파 두목의 요청으로 미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을 한다. 구스쿠가 어빈을 만났을 때 이런 무리가 그들을 습격하려고 한 적이 있다. 미군에 대한 분노는 이런 식으로도 표출된다.


야마코는 열심히 공부해 학교 선생이 된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유창하게 학생을 이끌지 못한다. 길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하나의 강박에서 벗어난다. 이때 한 소년을 만난다. 바로 혼혈인 우타다. 우타는 말을 하지 않고, 레이를 좇아다닌다. 구스쿠가 해결한 살인 사건의 첫 발견자이기도 하고, 이 세 명의 남녀와 이어진 소년이다. 야마코가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어느 날 미군 비행기가 학교에 추락하면서 아주 끔찍한 일이 생긴다. 미군은 작은 배상을 하지만 사죄하지는 않는다. 이 일이 야마코로 하여금 시민운동에 참여하게 만든다. 이렇게 세 남녀는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한 영웅의 흔적을 찾고, 좇는 이들의 삶은 현실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경찰, 조폭, 선생 등으로 삶이 나누어져 있지만 그들 마음속에 온짱은 아직도 살아 있다. 불행한 오키나와의 현실은 숨겨진 정보와 은밀한 정치적 거래와 일상적인 사건 사고로 뒤덮여 있다. 전쟁 당시 본토의 특고 경찰이 미군의 하수인이 되어 오키나와인들을 몰래 고문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기시감처럼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야마코가 속한 단체가 주장하는 본토 합병론은 얼핏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키나와가 본토에 의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소설 앞부분에 미군을 욕하면서 본토를 빼놓아 의아했는데 역사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의 사고는 그 원인까지 알기는 무리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은 나의 지식을 새롭게 만들었고, 이 세 남녀의 삶과 온짱의 미스터리는 읽는 재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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