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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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놓고 한참 뜸을 들였다. 밀린 책들이 너무 많아 손에 들었다 놓기를 몇 번 반복했다. 그러다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읽자고 생각했다. 조금씩 며칠 동안 읽었는데 나의 예상을 뒤집는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나의 선입견이 만들어낸 예상이기에 나 자신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읽으면서 눈시울을 붉히면서 눈물을 참아야만 했다. 공공장소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이전에 이 작가의 소설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는데 다시 그 기억을 환기시켰다. 화려함보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가란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 명은 사토코이고, 다른 한 명은 히카리다. 사토코는 히카리가 중학생 때 출산한 아이 아사토를 입양했다. 나의 첫 예상을 벗어난 부분은 사토코 부부가 아이의 입양을 아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나중에 히카리가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협박할 때 이 사실이 드러난다. 이 장면을 읽으면서 우리, 아니 나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달았다. 여섯 살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알렸다는 것도 대단하다. 입양을 주선한 단체에서 이런 일을 권장했다는 부분도 놀랍다.


유치원에서 정글짐을 하던 아이 한 명이 아사토가 밀어서 떨어졌다고 말한다. 유치원에 불려가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하지만 미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사토는 밀지 않았다고 말한다. 떨어져 다친 친구는 아사토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제일 친한 친구 소라다. 소라 엄마는 병원비는 유치원에서 나오니 교통비만 받겠다고 말한다. 사토코는 아들이 한 행동이 아니라면서 거절한다. 진실의 문제가 어른들의 갈등으로 번진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것은 사토코의 절제다. 돈으로 소라 엄마의 갈등을 풀 수 있지만 아이의 말을 믿는다. 의심의 순간조차도 그 말을 내뱉지 않는다. 정말 쉽지 않는 일이다.


사토코 부부가 어떻게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줄 때 현실이 앞으로 튀어 나온다.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한 직장 동료의 반응이나 두 집안의 반대 등도 우리가 예측 가능한 일반적 반응이다. 이 부부가 입양을 하게 된 이유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고, 포기의 순간에 본 한 방송 프로그램 덕분이다. 입양과 육아에 대한 부분은 실제 작가가 취재한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자극적인 뉴스 등에 의해 알게 모르게 우린 뒤틀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토코 부부에게 입양은 축복이고 행운이고 행복이다.


아사토의 친모인 히카리의 삶을 보여주는 후반부는 다른 모습의 가족을 보여준다. 남자 친구를 사귀고 점점 진도를 나가면서 둘은 성교를 하게 된다. 피임의 중요성을 충분히 깨닫지 못한 이들에게 임신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중절 수술이 불가능한 개월 수다. 히카리의 부모는 둘 다 선생인데 아닌 척하면서 딸들의 사생활을 엿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놓친다. 자신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히카리가 원하는 중학교에 가지 못한 것도 거짓말로 주변에 말하지 않았던가. 딸의 임신보다 그들에게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자신들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 히카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이고,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 올릴 수 없는 관계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히카리 가족과 사토코 가족이 대비되는 부분이다. 가족과의 갈등은 히카리를 집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가출한다. 이후 삶을 보면 열심히 산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삶이란 열심히 산다고 잘 되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녀의 협박과 몰락 과정을 보면서 예상한 현실은 또 한 번 여지없이 틀렸다. 읽으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과 희망을 암시한다. 혈연 중심 가족을 벗어난 이들에게 아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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