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산호 그림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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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양한 분야의 소설을 쓰는 작가다. 장르는 또 어떤가. 그의 소설을 몇 권 읽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나를 사로잡은 소설은 없다. 잘 나가다 조금씩 아쉬운 전개와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구성에 좀더 힘을 들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도입부의 이야기는 신선했고, 재밌었는데 과거로 돌아간 부분이 너무 많아지면서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소설은 2012년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었던 것을 새롭게 다듬어 정식 출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을 때 느낀 전형적인 모습이 조금은 이해된다.


인류는 좀비들에 쫓겨 우주로 도피한다. 지구를 떠나면서 그들은 전략핵 등을 투하해 지구를 파괴한다. 소수의 인류는 우주에 살지만 물자 부족에 시달린다. 100년의 시간이 지난 후 우주로 떠난 사람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뉜다. 지구파와 우주파다. 지구파는 지구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무인정찰 로봇 등을 보냈다. 마침내 인간이 지구에 내려온다. 한 곳만 온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군인들이 강하한다.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한국에 강하한 부대 이야기다. 초반에 강하한 군인들과 그곳을 급습하는 좀비들의 전투는 강렬하다. 이런 SF 판타지 액션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다 주인공 K-기준이 구인류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일기는 좀비들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 속에서 인간들이 보여준 행동들은 어떠했는지 등이 잘 나온다. 처음에는 아칸소 독감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이 전염병이 전파되는 과정과 방송 내용 등을 보면 최근의 코로나 19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이전 연재에도 이런 내용이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정부의 거짓과 언론 통제 등을 다룬 부분은 그 당시 분위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 독감으로 죽은 사람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숨긴 정부와 이 사실을 파헤치려는 민간인들의 작은 노력들이 초반에 나온다. 결국 이대 카페에 이들이 모이는 것은 얼마의 시간을 버티면 공권력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좀비나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전염병의 특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다 전염된다. 좀비의 무서움은 이미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나왔다. 처음 영화로 나왔을 때보다 좀비는 더 진화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진화한 좀비는 영상 속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좀비를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머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물속에서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속에 인용글을 통해 좀비에 대한 학설을 여러 가지 드러낸다. 좀비들이 소리와 빛에 반응한다는 지식을 구인류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설정은 이전 세대의 역사를 우주로 가져가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일기의 분량이 너무 많다. 이번 소설이 시리즈의 도입부가 아니라면, 아니 도입부라고 해도 단행본의 분량을 생각하면 너무 많다. 실제 우주에서 온 K-기준 일행의 분량이나 정보가 너무 적다. 좀비에 대한 그들의 무지가 빚어낸 참사는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초기 강하군이란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너무 쉽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런 점을 제외하고 바이러스의 확산과 좀비에 둘러싸인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은 재밌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비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대라는 공간과 아지트란 설정은 조금 특이하다. 중간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도.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 보면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의 새로운 접점이 그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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