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필드 파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6
제인 오스틴 지음, 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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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은 지 십 수 년만이다. 그 당시 아주 재밌게 읽어 이 소설도 그런 재미를 기대했는데 예상을 벗어났다. 그 사이 나의 취향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패니의 성격에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한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분량에 비해 활동적인 이야기가 적다. 패니에 한정하면 ‘이렇게 정적인 여주인공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섬세하게 읽으면 패니의 심리 묘사가 상당히 흥미롭지만 거의 7백 쪽 분량의 소설에서 계속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어쩔 수 없이 이모 집에 얹혀살게 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좀처럼 이 가족에 동화되지 못한다. 이런 그녀에게 작은 햇살을 전해주는 인물이 에드먼드 오빠다. 빈곤과 마리아 이모를 위해 맨스필드에 왔는데 충분치 않은 영양습취 덕분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다, 레이디 버트럼(마리아 이모)의 두 딸 마리아와 줄리아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무시도 당했지만 에드먼드 오빠의 도움으로 이 가족에 조금씩 섞인다. 허약한 그녀를 위해 운동을 할 수 있게 여성 승마용 말도 구해준다. 이런 오빠에게 몰래 연심을 품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몇 가지 그 당시 문화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는 장자 상속이고, 부 번째는 자유연애의 성향이다. 버트럼 가는 준남작 가문인데 상당한 부를 가지고 있다. 장자의 집안의 부를 상속 받고, 둘째는 성공회 목사로 부임해 생계 등을 유지한다. 물론 다른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메리 크로퍼드가 에드먼드에게 호감을 가졌다가 그가 목사가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아쉬워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적은 수입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삶을 살고 싶은 그녀에게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록 그녀가 에드먼드에게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책 후반에 가면 그녀의 감정과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편지가 패니에게 간다.


19세기 초라는 것을 감안하면 자유연애는 상당히 의외다. 젊은 남성과 여성들이 사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 당시는 아직 정략결혼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소설이니 이런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겠지만 지위가 높을수록 결혼은 집안의 이익과 결합한다. 러시워스 씨와 마리아가 약혼하는 것도 둘이 열렬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부추김과 이익이 맞았기 때문이다. 완고한 토머스 경이 여행에서 돌아와 러시워스 씨를 만났을 때 만족한 것도 그의 재능 덕분이 아니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말들 때문이다.


조용한 시골 맨스필드에 변화가 오는 것은 그랜트 부부가 이사 오면서 부터다. 그랜트 부인은 두 명의 동생이 있다. 헨리와 메리 크로퍼드 남매다. 이들은 그랜트 부인을 만나러 와서 정적인 시골 생활을 즐긴다.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헨리는 버트럼 가의 두 딸에게 관심이 있다. 이 이전에 첫째 마리아는 러시워스 씨와 약혼을 한 상태다. 버트럼 경이 해외로 나간 사이 젊은 청춘들은 서로 만난다. 헨리의 매력에 두 딸이 빠진다. 이들이 연극을 하려고 하면서 이 모호한 관계는 더욱 이상하게 꼬인다. 이성을 압도하는 감성과 작은 질투와 연모의 감정 등이 차분히 펼쳐진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장면도 이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패니는 조용한 관찰자로 남아 이들의 행동과 심리를 관찰한다. 정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도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덕분에 메리가 가진 생동감과 욕망이 오히려 시선을 더 끈다.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그녀에게 남자들이 빠져든다. 패니에게 메리에게 끌리는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에드먼드는 큰 고통이다. 그 남매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자신도 에드먼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속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후반부는 색다른 재미를 주고,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최근 소설 같은 속도감은 없지만 차분하게 읽고 음미한다면 고전의 재미는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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