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흐르는 꽃 - Novel Engine POP
온다 리쿠 지음, RYO 그림, 이선희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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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온다 리쿠의 소설을 읽었다. 처음 읽은 <밤의 피크닉>으로 열렬한 환호를 보냈는데 그 다음 작품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읽고 ‘뭐지?’하는 의문이 생겼다. 나의 기대와 너무 다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읽은 몇 편의 소설은 취향 저격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책을 사 모았다. 도코노 이야기니, 간바라 메구미 시리즈 등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늘 그렇듯이 책들을 사놓고 묵혀두었다. 책장 정리 도중 한 곳으로 정리한 듯한데 몇 권은 얼마 전 찾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한두 권 정도 더 읽고 싶은데.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나의 예상과 너무 달랐다. 라이트노벨로 분류되었다고 해도 분량이 좀더 있을 줄 알았다. 이 부분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그리고 실제 온다 리쿠의 작품에 분량이 큰 의미가 있을 리 없다. 그렇게 펼쳐든 이야기는 녹색남자와 여름성의 비밀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학원물로 분류 가능한지 생각하면서 읽는데 한 가지 사건이 발생하고, 알 수 없는 비밀이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결국 마지막에 와서 알게 되는 진실은 작가가 꼭꼭 숨겨둔 설정을 하나씩 터트리는 시간이다. 약간 스포를 감수한다면 코로나 19와 비슷한 상황이다.


6월이라는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온 미치루는 이 마을 사람들이 말을 삼가는 존재가 자신을 따르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한 장의 초대장을 받는다. 여름성 여름 캠프 초대장이다. 이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누구든지 여름성에 가야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반 친구 스오가 내리는 모습을 본다. 다섯 명의 소녀들이 기차에서 내린다. 녹색에 총안마저 없는 여름성에 이들은 들어간다. 여름 캠프라고 하지만 이 소녀들을 제외하면 어른은 없다. 무더운 여름 다섯 소녀의 기묘한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은연중에 이 소녀들 중에서 스오가 리더가 된다. 몇 가지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상당히 자유로운 캠프 생활이다. 소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조금씩 친해진다.


이 평온한 캠프에서 꼭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다. 종소리가 한 번 울리면 식당에 모이고, 세 번 울리면 지장보살 앞에 모여 합장해야 한다. 또 수로에 흘러내리는 꽃잎을 기록한다. 테니스 코트가 있어 짝이 맞으면 테니스를 치고, 방학 숙제도 한다. 규칙만 지키면 자유롭고 평화로운 생활이다. 이런 생활에 파문이 생기는 것은 미치루가 불분명하게 들은 대화의 일부와 갑자기 사라진 학생 한 명 때문이다. 여름성이란 갇힌 공간과 사라진 소녀와 알 수 없는 대화의 일부는 조금씩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결코 자극적인 설명이나 대사를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녹색남자의 진실이 드러난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뜬금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소품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온다 리쿠란 이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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