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중년이 된다 (리커버 에디션) - 누군가는 걷고 있고, 누구나 걷게 될 중년을 담아내다
무레 요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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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 요코의 팬이 된 것은 두 권의 소설 덕분이다. 한 권은 그 유명한 <카모메 식당>이고, 다른 한 권은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였다. 이후 소설과 에세이들을 읽었는데 처음과 같은 진한 감동을 주는 작품을 솔직히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강한 인상은 그녀의 책이 나오면 늘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사실 이런 작가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제는 모두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 놓고 묵혀두고 있는 책들이 너무 많다. 무레 요코의 글 속에서도 나오듯이 책 쌓이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넘어간다. 그래도 손길이 닿아 읽게 되는 책들이 생긴다. 이 책이 그렇다.

 

2017년에 나온 책을 리커버해서 다시 내었다. 솔직히 이전 판본은 잘 몰랐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데는 두 가지가 겹친 탓이다. 작가 이름과 중년이란 제목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한 과정을 유명한 작가가 진솔하게 표현했다니 어찌 그냥 넘어가겠는가. 나도 이미 중년 남성이니 어떤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여성처럼 폐경이 있지는 않지만 예전보다 영화나 책을 읽으면서 울컥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훨씬 늘어났다. 뭐 책 속에 나오는 상사의 질타에 눈물을 흘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래서 남자는 어쩔 수 없어.”란 문장은 지금까지 남자들이 내뱉은 여성 비하에 대한 조용한 반격이다.

 

갱년기 여성의 문제를 단순히 혼자만의 경험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다양한 사례를 찾아서 기록하지도 않는다. 단지 주변에 있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의 경험을 소소하게 풀어놓는다. 중년에 겪게 되는 일상을 묵묵히 적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상당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묵직함은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노안은 이미 왔고, 체중은 어느 순간 증가하여 더 적게 먹어도 요지부동이다. 운동 부족은 근력을 떨어트리고, 체력 저하는 독서의 집중력을 많이 깨트린다. 이 책의 색깔이 다른 주석을 늦은 밤 반사되는 불빛 아래에서 읽을 때 얼마나 고역이었던가. 작은 부분들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반면에 전혀 다른 문화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건강검진을 중년이 되도록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친구들이 대체요법으로 갱년기를 넘어가는 장면 등이다. 모공 문제는 남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해서 그런지 이야기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용어도 마찬가지다. <통통한 영감> 편을 읽으면서 과연 어떤 모습일까 계속 생각했지만 역시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뒷모습을 보고 여성으로 착각하는 경우는 가끔 여기저기서 보지만 반대의 경우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책 속처럼 남자로 생각했을지 모르지 않는가. 이런 저런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전에는 깨닫지 못한 사실들을 발견한다. 어리고, 남자고, 자기중심적이라서 몰랐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실들 말이다.

 

누군가는 걷고 있고, 누구나 걷게 될 중년을 담아내었다는 광고 문구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릴 때 절대 이해하지 못한 노화를 지금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고, 그때 왜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할까 생각했던 것을 내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안으로 안경을 맞춘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빨리 맞춰야 하는데 생각을 하지만 한 번 그런 안경에 적응하면 그냥 눈으로 잘 보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머릿속에 맴돈다.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일지 모르지만. 좀더 가벼운 이야기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예상과 조금 달랐지만 겪고 있고 겪게 될 이야기란 점에서, 또 아내가 경험할 일이란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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