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어스 프로젝트 라임 청소년 문학 42
다비드 무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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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5년이란 먼 미래 지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기근, 전염병 등으로 지독하게 살기 어려워진다. 세계 각국의 소수 특권층은 안전지대인 돔을 만들어 그 속에 머문다. 그 외 다수의 사람들은 돔 밖에 산다. 이들은 언터처블과 그레이로 분류된다. 그레이로 분류된 아이들을 언터처블 아이들과 함께 교육 받을 기회를 준다. 겨우 몇 명 뿐이지만 이 작은 희망이 그레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이 희망을 이용해 그레이들의 불만과 반란을 약화시킨다. 역사에서 자주 본 지배통치 방법 중 하나다. 자신도 돔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갈등의 대상을 언터처블이 아닌 같은 그레이에게 향하게 한다.


뉴 어스 프로젝트는 백만 명의 사람을 태운 거대한 우주선으로 지구와 같은 환경의 행성에 가는 것이다. 한 번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6년이 넘지만 도착하면 넓은 토지와 깨끗한 공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레이들에게는 뉴 어스 프로젝트, 약자로 NEP에 뽑히는 것이 하나의 로또와 같은 행운이다. 여주인공 아이시스의 친척이 그곳에서 보낸 영상으로 환경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행운은 신청자에 한해서 이루어진다. 거대한 우주선을 타고 편안하게 6년을 날아가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니 돔 밖에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바란다. 작가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이면을 현실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잔혹한 현실과 잔인한 인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설정이 자주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낮은 도시와 건물은 물속에 잠긴다. 사람들은 버려진 빌딩 속에서 과거의 유산을 찾아내어 이용한다. 도서관, 통조림 등이다. 황폐해진 지구는 물에 잠겼거나 바짝 말랐다. 돔 밖 대기는 최악이고 산성비가 내린다. 이 산성비가 현실적으로 땅에 농사짓는 것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시스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수경재배와 환경에 적응하는 품종 개발로 작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우수한 성적으로 언터처블과 함께 공동학교에서 공부한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돔 안에서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오라이언은 NEP 수장의 아들이다. 특권층 중의 특권층이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처럼 그레이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호기심 많고 정의롭다. 그레이인 아이시스와 부딪혔을 때도 거짓말로 그녀가 퇴학당하지 않게 만든다. 언터처블 친구인 미란다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란다는 계급의식이 너무 투철해 그레이와 어울릴 생각이 전혀 없다. 오라이언은 의식 있는 선생의 기획으로 아이시스의 동네를 방문할 기회를 얻는다. 이곳의 현실을 보고, 아이시스의 비밀 정원을 보게 되면서 더 그녀와 가까워진다. 이 둘의 사이를 질투한 미란다는 그레이들이 가장 원하는 바인 NEP 당첨을 통해 둘을 떼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작업이 추악하고 참혹한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인류 역사를 보면 학살의 기록은 대단히 많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홀로코스트의 경우 몇 백만 명이 죽었지만 구 소련 스탈린의 숙청과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 기근 등으로 죽은 인물은 이 숫자의 몇 배에 달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진 학살은 또 어떤가. 하지만 이런 학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일이 이 소설 속에 일어난다. 중반 이후 이 사실이 드러날 때 작가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놀란다. 홀로코스트 같은 일이 역사에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속에 자본의 논리와 지배계급의 역겹고 추악한 논리를 만나게 된다. 진실이 드러났을 때 꼬리 자르기도 같이 보여준다. 또 다른 희망을 보여주지만 결코 그 희망이 밝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일까? 두껍지 않지만 낯선 설정으로 가독성은 높였고, 이 설정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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