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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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작가다. 프랑스 누아르 장르를 혁신한 네오폴라르(néo-polar)’를 통해 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젖혔다고 하지만 처음 만났다. 네오폴라르를 검색했지만 쉽게 그 정의가 나오지 않는다. 범죄소설을 가리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윤리문학이라고 한 것과 관계 있을까. 이 소설은 장파트리크 망셰트의 대표작이고 1977년 작품이라고 한다. 하나의 장르를 혁신한 작가의 작품이 이제야 번역 출간되었다는 사실에서 한국의 장르 시장이 얼마나 협소했는지 알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란 부분에서 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올랐을까? 분량만 놓고 보면 거의 세 배 이상 차이 나는데 말이다.

 

읽기 시작하면서 큰 착각을 먼저 했다. 제르포가 올해에만 두 사람을 죽였다는 문장을 읽고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라 암살자로 착각했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알론소 에메리크 이 에레리크 이야기도 마지막에 오독으로 이어졌다. 도미니카공화국 군사정보기관 장교 출신이란 것과 그 당시 독재 정권 이야기와 엮이면서 제르포를 머릿속에서 한통속으로 묶은 것이다. 이 오독과 착각은 실제 이야기가 펼쳐지는 부분을 있는 그대로 읽지 않고 머릿속에서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평범한 일상을 여유롭게 보지 못하고 그 이면을 찾기 시작했다. 이것이 해결된 것은 거의 마지막에 왔을 때다. 다시 첫 부분을 읽게 되었고, 이 오독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착각과 오독으로 관계를 잘못 알았다고 하지만 군살 없는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 사고난 차에서 사람을 구해 병원에 데려다주지만 자신이 누군지 말하지 않는다. 경찰은 총상 입은 사람을 찾는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의 일상을 보여주고, 가족과 함께 긴 휴가를 떠난다. 이런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둘 있다. 이들은 제르포를 죽이려고 한다. 왜 죽이려고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휴양지 해변에서 이들은 제르포를 익사시키려고하다 실패한다. 겁을 먹은 제프로는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제르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살인자들은 집으로 돌아온다. 렌트한 차를 타고 떠나는 제르포를 주유소에서 죽이려고 한다. 직원과 살인자 중 한 명이 죽는다. 겁에 질린 제프로는 정신없이 달아난다. 기차에 올라타고 도주 하는 중에 부랑자가 망치로 그를 때리고 기차 밖으로 밀어낸다. 다치고 부러진 몸을 이끌고 죽음의 공포 속에서 사람을 찾아 움직인다. 다행스럽게 포르투칼 벌목원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신문에서는 그의 실종 사고가 나왔다. 그는 돌아가지 않는다. 알프스 산속 마을에서 머문다. 살인자 중 살아남은 한 명이 그를 찾는 중이다.

 

작가는 이 빠른 전개 속에 특별히 어떤 군살을 붙이지 않는다. 작은 군살이라면 음악에 대한 것 정도랄까. 풍경이나 사람 관계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사라지고, 건조한 상황만 보여줄 뿐이다. 조금만 집중력을 잃고 지나가면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다시 바로 앞으로 돌아가야 다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관계 등으로 평온하게 지내는 순간 새로운 파국이 닥친다. 작가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설정을 앞에 깔아두었다. 그리고 그는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이유를 찾는다. 오해와 분노와 착각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갑작스런 인물이 등장하고 반격이 시작된다.

 

평범한 직장인이 살인자에게 쫓기면서 일어나는 사건은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루었다. 이 소설 이전에 그런 작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뼈대만 남긴 이야기를 생각하면 다른 작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후 작품들은 몇 작품 금방 떠오르는데. 그의 폭력과 살인은 정당방위라고 할 수 있다. 반격에 실패하면 그는 죽는다. 겁먹고 빨리 다른 곳으로 이동했기에 그의 목숨이 조금 더 연장되었다. 운도 작용했다. 그의 처절한 반격이 운을 만들기는 했지만 위험한 순간들을 돌아보면 그렇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재구성했는지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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