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가 여기에 있었다
조앤 바우어 지음, 정지혜 그림, 김선희 옮김 / 도토리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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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출간된 책이다. 이전에 <그래도 내일은 희망>이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적이 있다. 번역과 그린이가 이번 번역본과 다르다. 주니어김영사에서 뉴베리 수상작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간되었었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다. 아마도 집 책장을 뒤지다보면 이 시리즈 한두 권 정도는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 이 책을 선택한 것도 뉴베리 수상작이란 사실이 큰 역할을 했다. 처조카가 뉴베리 수상작들을 한권씩 읽는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관심이 생겼다. 여기에 시장 선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니 더 관심이 갔다.

 

호프는 웨이트리스다. 호프의 엄마도 웨이트리스다. 그런데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엄마가 만난 사람들 중 한 명일 텐데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성이 문란한 것이고, 피임마저 하지 않아 생긴 탄생이다. 호프가 새롭게 도착한 멀허니의 웰컴스테어웨이즈 다이너에 일하는 웨이트리스도 아빠를 알지 못하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다. 호프와 다른 점이라면 호프는 이모의 손에 자랐는데 이 아이는 엄마와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이런 설정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웨이트리스들에게 이런 일이 자주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가치 판단 하기가 쉽지 않다.

 

호프의 이모는 요리사다. 뉴욕의 식당에서 위스콘신주 작은 도시 멀허니로 온다. 이 식당의 주인은 스툽 씨다. 그는 백혈병을 앓고 있다. 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지만 이 병 때문에 동업자로 이모를 불러온 것이다. 이 식당은 새벽부터 손님들이 온다. 스툽 씨가 요리하고, 브레이버먼이 즉석 요리를 담당한다. 둘은 이 식당에 와서 요리사와 웨이트리스가 된다. 호프는 웨이트리스 일을 좋아하고, 눈썰미도 좋다. 살면서 겨우 세 번 만난 엄마의 조언을 기록하고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 어떤 곳이라도 작은 텃새는 존재한다. 이모와 호프는 이 텃새를 견디며 자신들의 영역을 만든다.

 

호프가 온 이 멀허니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보통 기존 시장만 출마해서 당선되었는데 이번에는 스툽 사장이 출마를 선언한다. 그는 이 작은 도시의 문제점을 현 시장에게 바로 묻는다. 대답하지 못한다. 시장도 불만이다. 스툽 사장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지적하며 노골적으로 깎아내린다. 스툽 사장이 출마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백 명의 추천인 서명이 필요하다. 스툽 사장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서명을 받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한다. 이 장면에서 한국의 투표제도와 다른 제도가 하나 나온다. 바로 유권자 등록이다. 유권자 등록은 나라에서 자동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해야 한다. 유권자 등록하지 않거나 못하는 사람은 투표권이 없다.

 

스툽 사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대로 할 마음이 없다. 아주 정직한 후보다.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해 상대를 헐뜯을 생각이 없다. 상대 후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이 하고 하는 바를 표현할 뿐이다. 그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광고할 재력도, 후원자도 없다. 하지만 열정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청소년과 교회 목사 등이 있다. 특히 호프를 비롯한 청소년들은 열정적이다. 자발적으로 스툽 사장의 시장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도움으로 후보자가 될 수 있었고,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 중반까지 스툽 시장이 크게 앞섰지만 전 시장이 가짜 뉴스를 퍼트리면서 상황이 바뀐다. 스툽 사장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백혈병 환자란 것이다. 적은 이 약점을 파고들어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역전을 노린다.

 

이 선거판을 보면 한국의 선거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정책 대결보다 가짜 뉴스와 네거티브 전략이 판치는 선거판 말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더 심한지도 모르겠다. 그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고, 그의 식당을 헐뜯기 위해 샐러드에 쥐가 들었다는 가짜 상황도 만든다. 정직한 사람들의 도움과 이성적 판단이 작용하면서 이 위기를 벗어난다. 호프는 식당에 오는 한 손님에게 스툽 시장에게 투표하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이 손님은 자신이 한 번도 투표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나중에 이 손님이 반전의 열쇠가 된다.

 

시장 선거와 호프의 가정사가 엮여 한 편의 멋진 성장 소설이 되었다. 그리고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의미를 아주 잘 보여준다. 호프가 신문기자에게 대답한 부분은 시민은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 선거 과정에 참여하는 게 필요하고, 그 과장에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 보고, 부패에 ‘노!’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호프는 자신의 아빠가 자신을 찾아오는 꿈을 꾼다. 아직 소녀일 뿐이다.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시민의 의무를 되돌아보게 하고, 한 소녀의 성장을 만나게 한다. 그리고 요리사와 웨이트리스 관계에 대한 부분은 몰랐던 부분인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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