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퇴행 최면과 전생을 엮어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야기꾼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가독성이 좋아 쪽수가 쑥쑥 넘어간다.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를 역사 교사로 설정해 사라지고, 왜곡되고, 숨겨진 역사를 같이 버무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아틀란티스 대륙이다. 르네의 최초 전생을 아틀란티스인 게브로 설정해 신화와 전설을 현실화하려고 노력했다. 작가의 상상력을 읽으면서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의 착각일까? 빠르고 재밌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상상력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가장 기본 설정인 최면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과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영혼이 들어와서 발휘하는 능력 등이 대표적이다.


르네는 동료 교사와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간다. 이곳에서 르네는 퇴행 최면 대상자로 선택된다. 최면에 성공해 전생의 문을 열게 된다. 그가 바란 것은 영웅이다. 영웅의 전생은 알고 보니 제1차 대전 참호병이었다. 독일군과 열심히 싸우다 죽었다. 문제는 죽는 순간을 경험한 것이다. 이 충격에 밖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강도를 만나 싸우다 죽인다. 아직 전생의 잔상이 그의 몸에 남아 있었다. 신고를 하면 되지만 시체를 센강에 빠트린다. 집에 와서 잠을 잔 후 출근하지만 학생들은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시험 점수를 잘 받는 것이다. 역사의 진실은 관심없다. 전날의 강렬한 경험은 다시 퇴행 최면으로 그를 이끈다. 최면술사 오팔에게 다시 강제적인 부탁을 한다. 그는 또 다른 전생의 자신을 만난다.


현실에 돌아와서 그는 경찰이 언제 나타나 자신을 체포할지 두려워한다. 어느 날 밤 혼자 퇴행 최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가 그의 첫 번째 전생자인 아틀란티스인 게브를 만난다. 매일 밤 정해진 시간에 퇴행 최면으로 전생의 그를 만나 그 곳이 어딘지 알게 된다. 바로 아틀란티스다. 작가는 아틀란티스를 전설과 신화 속 자료로 그려낸다. 그들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영적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사는지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공통의 신화 중 하나를 아틀란티스에 녹여낸다. 바로 방주 신화다. 아틀란티스 대륙의 침몰과 방주 신화를 같이 엮었다.


전생의 경험은 르네의 현실을 더욱 비튼다. 수업은 교과 과정보다 전생 체험 위주로 흘러간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와 가려지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려주려는 그의 노력은 시험이란 벽에 부딪친다. 결국 교장의 경고를 듣고, 경찰까지 그를 찾아오면서 교사로서의 삶은 마무리된다. 그의 이 경험을 늘 함께 하는 교사 동료 엘로디에게 말하는데 그녀의 반응은 너무 현실적이고 비판적이다. 그녀가 그를 정신병자처럼 꾸며 정신병원에 넣는다. 하지만 이 병원의 원장은 최악의 정신과 의사다. 엘로디가 당한 일을 감안하면 절대 소개해서는 안되는 곳이다. 이 병원에서 그는 최악의 경험을 하는데 전생의 기억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다. 그리고 병원을 전생 기억 중 하나의 도움으로 벗어난다.


빠르게 읽게 되는 이야기 속에 시간 여행의 패러독스를 만난다. 대표적인 것인 아틀란티스의 방주다. 게브가 살던 시대에는 거대한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술이 없다. 유체이탈로 달까지 다녀오고 피라미드를 세우는 아틀란티스인들이지만 말이다. 이 조선술을 게브가 가르쳐 준다는 설정인데 중간에 생략된다. 그리고 방주에 올라 탈출해서 그들이 가는 곳으로 이집트로 설정한다. 게브의 아이들 이름을 이집트 신들의 이름과 같이 지은 것도 사람들이 흔히 아는 신화나 전설과 연결시키지 쉽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의문 하나 추가하면 과연 1만2천 년 전에 파피루스를 사용했는지와 그것을 석회 동굴 속 밀봉된 항아리에 넣어두면 보존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이것은 2천 년 된 사해문서와는 또 다른 환경이다.


주인공을 역사 교사로 설정하여 기억과 전생을 엮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알려진 역사를 바로 잡는다는 설정으로 알려주는 역사들은 새로운 시각이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란 부분을 감안하면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전생 기억을 이용해 숨겨진 보물을 찾고, 위험한 곳을 벗어나고, 강력한 무술을 발휘하는 장면들은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 같다. 이 부분에서도 할 말이 있지만 생략한다. 한 편의 판타지 모험 소설로 생각하고 읽으면 상당히 재밌다. 그러나 아직 <개미>의 강렬한 기억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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