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장미 인형들
수잔 영 지음, 이재경 옮김 / 꿈의지도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책에 <시녀 이야기>의 계보를 이을 페미니즘 소설이란 광고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녀 이야기>를 사놓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읽어야지 늘 생각하는 많은 소설 중 한 권인데 말이다. 늘 그렇듯이 다른 책들을 보면서 읽어야지 하는 기억을 되살린다. 책 소개에 나오는 ‘충격적인 반전’은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충격적인 반전은 나의 예상을 그렇게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 곳곳에서 단서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아마 예전에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그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외딴 곳에 이노베이션스 아카데미란 학교가 존재한다. 이 학교의 소녀들은 모두 예쁘고, 지독한 관리 속에서 살아간다. 부모들은 소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 남성에게 순종하는 여성으로 교육받게 만든다. 모두 기숙사에 살면서 남자 교수들에게 교육을 받는다. 만약 몸에 상처가 나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치료한다. 엄청난 관리를 받는다는 느낌과 함께 알 수 없는 행위들이 이야기 속에 잔잔히 나타난다. ‘뭐지?’란 단어가 머릿속을 지나간다. 아무리 봐도 이 학교 수상하다. 작가는 이 수상한 분위기 속에서 중요한 이야기 몇 개를 설명하지 않으면서 반전을 준비한다.


장미정원에 갔다가 비 때문에 일찍 학생들은 돌아온다. 오던 길에 주유소에 들러 차에 기름을 넣고, 소녀들은 화장실 등에 다녀온다. 사탕 등을 좋아하는 필로미나는 단 것을 사려고 한다. 그러다 잭슨이란 청소년을 만난다. 그가 필로미나에게 관삼을 두고 사탕 등을 사주려고 한다. 이때 사감이 나타나 이 행동을 방해한다. 이 짧은 만남이 잭슨과 필로미나를 연결시키고, 다음에 일어날 사건에 기폭제가 된다. 밸런타인이 반발하면서 생긴 작은 사건은 보통의 학교라면 가벼운 처벌로 끝나겠지만 이 학교에서는 충동억제제 처분을 받는 큰 일이다.


여자 기숙사의 풍경은 평범하다. 주유소에서 훔친 잡지를 보면서 야한 농담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잭슨이 학교에 몰래 숨어들어온다. 달리기를 하던 시드니가 보고 필로미나에게 알려준다. 잭슨과 필로미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잭슨의 전화번호를 받는다. 나중에 필로미나가 공중전화를 거니 없는 전화번호란 회신이 나온다. 이상하다. 어딘가에서 들은 듯한 목소리다. 이렇게 이야기는 조금씩 이 학교에 대한 의문의 탑을 하나씩 쌓아간다. 그 의문이 하나씩 깨어질 때 진실의 문이 조금씩 열린다. 그 과정은 몇 번의 반복과 생략으로 표현된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오픈하우스다. 이 날 부모님이나 투자자들이 학교에 온다. 오픈하우스 전에 레논로즈가 울었고, 당일 그녀가 사라진다. 학교에서는 부모가 데리고 갔다고 말한다. 사감과 분석가의 대답이 다르다. 필로미나는 레논로즈가 그립다. 그러다 그녀의 침대 밑에서 시집 한 권을 발견한다. <가장 날카로운 가시들>이란 시집이다. 충격적인 내용의 시가 실려 있다. 필로미나의 의식을 깨운다. 하지만 진짜는 오픈하우스 행사 때 일어난 일 때문에 생긴다. 변호사에게 휘둘리는 친구의 모습을 분석가 안톤에게 말했는데 아무 처벌도 없다. 그리고 그날 마신 술 때문에 매일 밤 먹던 비타민 등을 토한다. 이 일이 그녀로 하여금 전날의 기억을 갖게 한다. 시집과 약에 대한 사실을 공유한다. 이제 그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위험 속으로 자신들을 밀어넣는다.


소설 속 소녀들은 남성에 대한 복종과 순종을 강하게 주입받는다. 오픈하우스에서 일어난 몇 가지 상황은 이 소녀들이 사람보다 상품이란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한 권의 시집과 약의 작용에 대한 의혹 등이 소녀들을 일깨운다. 그녀들이 받은 교육의 실체와 은근히 표현되는 성추행과 억압된 욕구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들이 당한 고통과 싸운다. 마지막에 헌사 같은 <면도날 심장을 가진 소녀들>이란 시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남자들에게 두려운 소녀가 되라고 말한다. 복종과 순종이란 단어보다 존중과 두려움이란 단어가 더 부각된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지만 부분적으로 취향을 타는 곳도 나온다, 과장된 표현이라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현실에서 이런 여성들을 강요하는 무리들은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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