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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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휴가를 가면서 이 책을 들고 갔다. 평온한 휴가지에서 재밌게 읽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들고 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의 책을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 번 때를 놓친 책들은 언제나처럼 뒤로 밀리고 밀렸다. 인터넷으로 조금씩 읽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딘 속도였다. 그러다 큰맘(?) 먹고 끝까지 달렸다. 전작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느낀 재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그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고 조합하는 그의 능력은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적이었던 멜빈 마스를 구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 펼쳐진다.


미식축구를 잘 모르지만 스포츠에서 학생 시절 기록이 성인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학생 시절 최고였다고 해도 성인의 세계는 또 다르다. 프로야구를 보면 이것이 잘 드러난다. 최고의 계약금을 받고 들어가지만 1군에 정착도 하지 못한 선수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멜빈 마스의 활약을 말할 때 괴물이란 단어가 결코 아깝지 않다. 데커가 프로에 갈 정도였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선수였다. 역대 최고 대학 러닝백 중 한 명이란 표현은 그를 알려주는 것 중 극히 일부다. 천부적인 재능에 노력이 곁들여지면 프로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의 일부를 보여주는 것이 마스가 감옥에 있을 때 드러난다.


전편에서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다. 에이머스 데커는 FBI 미제 사건 해결팀에 합류하여 일하던 중 멜빈 마스의 사건을 알게된다. 이상함을 느끼고 조사를 시작한다. 이때 마스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가 수감된 텍사스주는 사형제도가 아직 있다. 20년 전 프로팀과 계약을 체결하고 기분 최고의 상태였던 그인데 부모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때 상황과 증거들이 모두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한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 또한 사형을 앞둔 범죄자다. 경찰만 알고 있는 증거를 말하면서 마스의 무죄를 증명했다. 마스는 형 집행이 중지된다. 이 시점에서 데커와 마스가 만난다.


마스의 무죄를 증명한 범인의 아내를 데커가 찾아간다. 그날 밤 그녀의 캠핑차가 폭발한다. 데커는 그 집에 있을 수 없는 고가의 제품들을 봤다. 누군가 정보를 속인 것이다. 이 단서를 데커와 그의 팀이 쫓는다. 20년 전 살인 사건이 있었던 장소를 찾아가고, 그 당시 기록을 뒤지고, 사람들을 만난다. 이 살인 사건 자체가 이상하다. 조작된 기록들이 드러나고, 방대한 정보를 조사하면서 숨겨진 사실들을 밝혀낸다. 충격적인 가설이 세워진다. 마스의 아버지가 아내를 죽이고, 마스를 범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살해 당한 여자를 방문한 남자가 마스의 아버지일 수도 있다. 이야기는 더 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나아간다.


전작의 의문의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20년 전 살인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푸는 것이다. 단서를 뒤쫓아 올라가면 추악한 인종 차별 문제와 폭력 등의 다양한 문제들과 마주한다. 한 번 품었던 의심을 해제한 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의심이 살아난다. 추정이 난무하는 사이에 자료가 하나씩 맞춰지면서 사실이 드러난다. 반전과 함께 트릭이 이어진다. 왜 마스는 감옥에 가야만 했을까? 과연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만약 그가 프로에서 뛰었다면 어떤 기록을 보여주었을까? 읽으면서 끝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들이다.


<모기남>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책도 역시 만족할 것이다. 다만 전편보다 더 데커에 집중되는 느낌이라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만약 마스의 매력이 표현되지 않았다면 균형이 좀 더 깨졌을 것이다. 데커가 살을 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다음 권에서는 과연 데커의 다이어트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지 궁금하다. 3편의 서평을 읽으면 데커의 활약이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살을 빼면서 액션이 더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다른 새로운 매력남이나 매력녀가 등장하는 것일까? 데커의 수사를 중지시키려는 사람에게 너무 무력하게 무너진 데커가 과연 다음에는 좀 더 신중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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