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채에서 꾸준히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는 엄마와 아빠에 대한 책이다. 마스다 미리에 대한 좋은 평을 온라인에서 보고 무작정 몇 권 사놓았었는데 다른 장르 소설에 우선순위가 늘 밀렸다. 그러다 기회가 닿아 읽기 시작한 마스다 미리의 세계는 은근히 매력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일본에서 출간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책들도 있는데 이 부분이 나의 어린 시절 추억과 맞닿아 있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엄마’라는 단어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잠깐잠깐 떠올렸다. 소소하지만 누군가의 추억과 조용히 연결되는 이야기다.


엄마란 호칭을 부를 때 우린 여자란 사실을 잊는다. 오래 전 엄마도 여자고,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글을 읽고 친구나 후배 아내를 부를 때 꼭 이름을 부른다. 누구 엄마란 호칭 대신에.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보다 홀로 도쿄에 떨어져 사는 작가가 오사카 집을 방문해서 경험한 작은 이야기들과 자신의 추억을 풀어내고 있다. 이 작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내 엄마의 기억과 내 아이의 기억을 동시 떠올린다. 추억과 현실의 문제다. 현실 속의 나는 아이를 작가의 엄마처럼 키우지 못한다. 나의 쓸데없이 완고한 성격이 한몫 차지한다. 아빠 편을 읽으면 나의 상황과 더 많은 비교가 되겠지만.


책의 형식은 이전 작품들과 똑같다. 이야기가 글로 먼저 나오고, 만화로도 나온다. 빠르고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역시 만화 쪽이다. 나의 취향이 그렇다. 엄마와 함께 자주 나오는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아줌마란 단어다. 취향, 행동, 이웃과의 관계 등을 보면 한국의 아줌마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때 울 엄마의 모습도 이것과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읽다 보면 이름만 다르지 내가 현재 잘 사용하는 몇 가지 도구들이 등장한다. 밀폐용기. 물티슈 청소밀대 등. 100엔 샵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나도 자주 다이소에서 간단한 용품들을 산다. 난 아저씨인데도 말이다. 광고지로 뭔가를 만든 이야기는 갑자기 오래 전 한국도 잠시 유행했던 것이 생각난다.


일상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추억이 그냥 떠오른다. 앨범 이야기에서 배경에 더 중점을 두면서 사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부분은 불과 십 수 년 전 나도 그랬다. 사람 구분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답이 걸작이다. 옷을 보고 안다니 이것도 대단하다. 여열 부분도 고기를 구울 때면 이 남은 열이 괜히 아까워 뭔가를 올린 기억이 난다. 잡지에 나오는 인테리어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을 자주 경험하는데 이 감상이 재밌다. 감자에 잎이 나면 버려야 하는데 이것을 옮겨 심었다는 부분은 이 감자를 심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렇게 이미지와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아픈 할머니를 집에 모셔온다고 할 때 보여준 단호한 모습과 임종 후 모습은 감동적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고민되면 산다는 엄마 이야기는 그 연역을 따라가면 이해가 된다. 나의 경우라면 반대일 때가 많지만. 당첨 이야기에서 욕심을 버리라고 하지만 버린다고 당첨되지는 않는다. 운이 따라야 가능하다. 엄마 선물을 고민하는 딸을 보면서 현금을 좋아하는 울 엄마가 너무 편하고 고맙다. 엄마가 읽을 책을 고르는 것과 엄마와의 문자를 모두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는 왠지 울컥해진다. 노년에 힘들게 문자를 배워 보내는 울 엄마가 생각났다. 이런 추억과 기억과 이미지들이 이번에도 계속 다가온다. 아빠 편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된다. 엄마의 여운을 생각하면 좀 천천히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