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 김강 소설집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번을 주저하다가 선택한 책이다. 낯선 작가의 단편집이란 것과 잘 알지 못하는 문학상 수상자란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근 미래와 우주라는 단어가 나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낯선 작가의 작품을 아주 재밌게 읽은 경험도 한몫했다. 책을 펴고 읽기 전 인터넷서점 리뷰 몇 개를 간단히 훑었는데 엄청난 극찬이 나온다. 사실 이런 극찬을 의심없이 보기는 쉽지 않다. 물론 취향 차이도 있다. 많지 않은 분량이라 단숨에 읽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디게 읽혔다. 더디게 읽혔다는 말의 의미는 문장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재미난 이야기를 만났다.


모두 아홉 편이 실려 있다. 각 이야기의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분량 이상인 경우가 많다. 가까운 미래를 다루다 보니 낯익은 이름도 나오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반전으로 어리둥절하게 만든 작품도 있다. 어떤 작품의 경우 마지막 장면을 읽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목차에서 책 제목과 같은 단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는데 <그대, 잘 가라>에 나오는 문장을 변용해 가져왔다고 한다.


가족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세 편 있다. <병호가 오는 날>, <호모XY>, <우리 아빠> 등이다. <호모XY>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식들을 편지로 불러 모은다. 그 이유가 드러났을 때 혈육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본다. 혈육에 집착했지만 가정을 꾸리지 못한 인물의 과거와 그 욕심을 잘 보여준다. <병호가 오는 날>은 처음에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새로운 가족 형태의 탄생을 만나게 된다. 피가 아닌 서로의 필요와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가족 말이다. 이 작품은 심훈문학상 수상작 <우리 아빠>의 세계관과 연결시키면 미래의 우리 삶을 다른 시각에서 들여다보게 된다. 출산율 저하와 정자 제공자, 우리 아들과 우리 아빠란 명칭의 의미 등. 인간의 혈육에 대한 애착은 <호모XY>와도 이어진다.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둘 있다. 하나는 책 제목과 관계있는 <그대, 잘 가라>이고, 다른 하나는 <아라히임>이다. <그대, 잘 가라>는 화성 개척단에 참여하게 된 남자 이야기다. 7년 뒤 선발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영어권으로 여행만 다닌 그가 결국 개척단의 일 중에 선택한 것은 청소부다. SF영화나 소설에서 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는 직업이다. 이보다 흥미로운 것은 떠나려는 그를 둘러싼 아내와 친구들이다. 가면 살아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이다. 떠나는 자가 내는 욕심을 날려 버리는 노래 제목이 ‘그대, 잘 가라’이다. <아라히임>은 한국 대통령이 외계인에게 보내고 받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가 외계인에게 인류의 역사 한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외계종족이 자신들의 문화 등을 설명한다. 성취와 자격 문제를 다룬 부분은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A리그>는 세 남자의 불행했던 과거를 홈런 한 방과 그 공으로 멋지게 엮었다. 추억과 야구판의 한계와 사회 권력 등이 재밌게 풀려나온다. 노년 세대를 위한 프로 야구리그란 황당한 설정이 주는 재미는 덤이다. <밴타블랙 99.695%>는 K의 묵비권과 종편의 방송이 좋은 대비를 이룬다. 정치테러를 한 것 같은데 나중에 드러나는 사실은 약간 허탈하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가 흘린 범행의 증거들도 마찬가지다. <잘 자, 병철>은 노숙자 병철의 시선을 통해 우리 주변의 삶을 보여준다. 그가 관찰한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과 반격은 약자의 작은 몸부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쾌하게 읽은 작품이 <알로하의 밤>이다. 알로하는 사람 이름이다. 알씨 성에 로하란 이름이다. 소설 속 숫자는 그들이 태어난 연도다. 화자가 경험한 일들을 들으면서 나 자신도 하나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이름을 외쳐도 이해하지 못하고 한국인인데도 여권이나 외국인거주증을 말하는 경찰이 모습은 바로 우리들이다. 이름이 아니라 외모 등으로 확장하면 이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