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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앨리슨 테일러는 평범한 토요일 밤 데이트앱으로 이완이라는 남자를 만나기로 하고 나간다. 현재 그녀는 남편 매트와 별거중이다. 이 밤에 나가게 된 데는 친구들의 성화가 큰 역할을 했다. 다음날 아침 엘리슨은 멍과 핏자국이 있고, 머리가 아프고 구토를 한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처음 보는 여자의 얼굴을 본다. 지난 밤의 기억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한 남자가 문을 두드린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목소리를 듣고 동생 벤임을 알게 된다. 지난 밤 무언가 나쁜 일을 당한 것은 분명하다. 경찰에 신고해야 하지만 경찰에 대한 나쁜 기억이 신고를 막는다. 병원에 입원하고, 여러 차례 검사를 한 후 안면인식장애와 단기기억상실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처음 소개글을 읽었을 때 흔한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사건으로 생각했다. 데이트 강간 약물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여러 곳에서 봤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넘어졌다고 속인다. 어젯밤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 말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경찰에 대한 나쁜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 번 말한다. 그리고 이 경험이 그녀와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나중에 보여준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하나의 의문을 던져 놓고 나중에 그 의문을 풀어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읽는 내내 경찰에 신고하면 될 텐데를 생각하면서 그녀가 깔아놓은 설정에 화가 났다. 이 때문에 사건은 더욱 꼬인다. 상황이 꼬이고,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낯선 사람들은 공포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 토요일 밤과 관련된 누군가가 그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공포심을 심어준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이 심리 묘사에 있다.
처음에는 동생 이외의 누구에게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차에 난 상처 때문이다. 혹시 자신이 취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차로 친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이 두려움은 과거 열두 살 생일날에 일어난 사건에서 비롯했다. 실직을 한 아버지는 강도짓을 하고 이 과정에서 다른 동료가 쏜 총에 한 여성이 죽는다. 평범한 주부가 죽은 사건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총을 쏘지 않았지만 배심원들에게 높은 형량을 선고 받는다. 동시에 남은 가족들은 지역 주민들과 학교 친구들에게 온갖 나쁜 소리와 물리적 협박을 듣는다. 연좌제가 사라진 세상에서 현실은 아직도 이런 식의 연좌제가 존재한다.
작가는 앨리슨이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 속에 주변 사람들의 불분명한 태도를 미묘하게 표현한다. 함께 사는 크리시는 그날 밤 이후 나타나지 않고, 페이스북 친구도 끊어진 상태다. 줄리아는 그녀의 이혼 원인을 앨리슨의 솔직한 말 때문이란 비난을 한다. 나중에 그날 밤 간 클럽의 CCTV 영상을 함께 보고 뭔가를 숨기는 태도를 보인다. 그녀도 뭔가를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누군가가 놓아둔 협박 편지 등 때문에 공포에 짓눌린다. 안면인식장애 때문에 범인이 옆에 있어도 모른다. 이런 상황들 사이에 작가는 범인의 심리를 넣어 그녀의 과거 속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쳤을만한 일은 아빠의 강도 사건 밖에 없다.
읽으면서 절대 범인이 되지 말라고 한 사람은 역시 되지 않았다. 누구냐고? 읽으시면 알게 된다. 그가 만약 범인이면 이 이야기 설정이 다른 장르로 빠지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범인이 압박하고, 과거를 되돌아볼 때 반전의 요소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과 반전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앨리슨이 친구들을 알아보는 방식은 목소리와 옷이나 익숙한 행동들이다. 유일하게 변함없이 인식하는 인물을 엄마다. 엄마의 사진을 집 곳곳에 둔 것도 자신의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다. 살짝 더 들어가면 다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탁월한 심리 묘사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설명은 뛰어나지만 성격과 취향 등으로 공감할 수 없는 몇 가지 설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