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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면도시 Part 1 : 일광욕의 날
김동식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4월
평점 :
재밌는 설정을 가진 소설집이다. 보통의 앤솔러지들이 하나의 키워드를 던져주고, 그 키워드에 맞춰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만드는데 이 단편집은 다르다.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에 독립적이지만 하나의 세계로 이어진다. 키워드는 월면도시와 일광욕의 날이 되겠지만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서로 세계관을 공유하고, 그 세계관을 성장시켜나간다. 이 책의 추천에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성장형 세계관과 일광욕의 날이 지닌 비밀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이 앤솔러지의 단편 순서가 이야기의 창작 순서인지 하는 것이다.
여섯 편의 작품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품은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와 <가마솥>이다. 이 두 작품은 수인과 문차일드를 가장 먼저 드러낸 작품들이다. 홍지운의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는 적응 초기에 디즈니영화 <주토피아>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보통 사람들보다 수인들이 더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이 때문에 몇 번이나 본 <주토피아> 이미지를 떠올려주었다. 뱀 탐정과 건물주 토끼 노인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반전은 모두 읽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다. 동물의 특성을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에 녹여낸 부분도 이야기에 쉽게 적응하게 만든다.
강창규의 <가마솥>은 에필로그 너울과 이어진다. 가마솥은 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이다. 교진은 먀약상으로 이 감옥에 갇히는데 탈출 계획을 세운다. 그가 혹시 어떤 누명을 쓴 후 탈옥해 복수하는 내용인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는다. 그리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인물들과 문차일드라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등장시켜 수인과는 다른 존재들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 속 문차일드들은 <엑스맨>의 돌연변이와 닮았다. 이야기 후반으로 넘어가면 놀라운 사실이 드러나고, 이것이 다시 너울과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김동식의 <재현>은 피가 한 방울도 남지 않은 시체가 계속해서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읽자마자 딱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맞다. 그 인물과 관련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 존재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마무리로 이어진다. 역시 이번에도 문장이 거친데 이 작가의 작품만 별도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정명섭의 <진시황의 바다>는 잘 읽힌다. 매끄러운 문장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아쉽다. 인간이 달에 살기 위해서는 산소와 식량이 필요하다. 진시황의 바다라고 부르는 곳에서 발견된 거인의 신상과 선주민 이야기가 진시황의 불로초와 이어진 부분은 재밌다.
김선민의 <제13호>는 가장 먼저 아폴로 13호가 떠올랐다. 그 13호가 아니다. 월면도시와 거인 전설과 일광욕의 날에 대한 작은 단서가 드러난다. 중반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한 편의 공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고, 그 마지막은 그 공식을 따른다. 마지막 작품인 최지혜의 <예약 손님>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름 대신 첫째, 둘째, 셋째라고 부르는 삼남매가 어떤 집 안에 들어오고 나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다. 이 집에 거주하는 두 인물도 상당히 의심스럽다. 셋째는 문차일드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집에 들어오게 된 것도 이 능력 때문이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판타지 세계와 이어지고, 마지막 문장 하나는 또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