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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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참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같은 의미인데 무심코 들여다보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일은 번역 책을 읽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된다. 외국 음식일 경우 그 나라 언어로 표기하면 완전히 낯선 음식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그 단어를 익숙한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 하고 금방 아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이런 단어들에 관심이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나도 저자처럼 이 음식이 뭐지? 하는 의문을 많이 가졌다. 음식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화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외국어에 익숙해져 번역이 오히려 낯선 경우도 있다.

 

부제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가 붙어 있다.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많이 다가온 것은 소설의 감상을 음식과 연결시킨 문학 에세이란 부분이다. 번역도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번역된 책 속에 나온 음식들과 그 출처인 소설을 엮어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각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하는데 그 속에 음식 이름이 들어 있다. 첫 음식인 검은 빵의 경우 러시아 소설을 읽을 때 사모바르와 함께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끌었던 빵이다. 얼마나 딱딱하기에 먹기 힘들다는 표현을 썼을까 하는 의문과 그 시대를 몰라 나중에 몸에 좋은 최신 빵과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저자도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책의 구성은 빵과 수프와 주요리와 디저트 등으로 꾸며져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땅콩버터와 잼 샌드위치 이야기는 나의 식성과 맞아 떨어지는데 왠지 이 샌드위치를 떠올리면 미국 영화나 드라마 속 학교 식당 풍경이 떠오른다. 단추 수프의 경우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민담이란 사실을 몰랐었다. 서양의 문학에서 자주 보게 되는 거위 구이는 한국에서는 아주 낯선 음식이다. 치킨이라면 모를까. 월귤도 마찬가지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오히려 번역이 더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번역가의 고뇌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음식에 대한 대우가 완전히 달라진 두 음식이 나온다. 하나는 거북 요리고, 다른 하나는 바닷가재 샐러드다. 바닷가재의 경우는 다른 책 등에서 자주 봐 낯익지만 거북 요리를 서양인들이 먹었다는 사실과 대중적인 요리였다는 부분은 아주 낯설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용봉탕이나 자라탕이 떠올랐지만 다른 식감과 요리법이다. 뭐 이제는 약간 혐오 음식이 된 듯하다. 향신료 이야기는 독점무역과 연결된다. 향료전쟁이 벌어졌을 정도고,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도 이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제는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식재료들이 과거엔 엄청난 고가였다는 사실은 또 다른 기억으로 이어진다. 과학과 산업의 발전 등으로 예전에는 엄청난 고가였던 것들이 현재는 누구나 소유하는 물건으로 바뀐 경우가 주변에 허다하다.

 

음식과 번역 이야기로 읽어도 좋지만 읽다 보면 저자의 추억과 책에 대한 감상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이 책들 중 내가 읽은 책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몇 권은 나중에 읽을 기회가 있겠지만 상당수의 책들은 취향과 멀리 떨어져 있다. 솔직히 이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몰랐던 책에 대한 호기심을 강하게 불어온 책도 있다. 애니 등으로 먼저 만나 소설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작품도 있다. 그때는 그 음식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새로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 속에서 음식 하나는 작은 단어 하나일 수 있지만 이 작은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문이 되기도 한다. 소설, 음식, 번역에 대한 좋은 책 한 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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