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2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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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몇 년 전부터 유행이다.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도시에서 길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며칠 휴가 내어 간 도시에 서양인이 허름한 옷을 입고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을 볼 때면 괜히 부러웠다. 같은 도시를 몇 번 가면서 더 많은 곳을 돌아보고, 그때 신기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곳이 그냥 낯설어서 그렇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도 무심코 지나가던 곳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았던가. 숙소를 정해놓고 며칠 동안 오고 가다 보면 그 익숙한 풍경이 외국이란 사실을 잊게 만들기도 한다. 이 낯설고 익숙한 경험이 한 달 살기로 나를 유혹한다. 그러다 한 번은 가보고 싶은 일본 고도 교토 한 달 살기 책이 나왔다.

 

교토 한 달 살기의 저자는 일본어 번역가다. 한 달 살기를 하는데 그 나라의 언어를 잘 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번역가이다 보니 특정 장소에서 일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란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한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내었는데 가기 전부터 계획한 일이다. 그녀가 교토에 간 시기는 4월이다. 일본 벚꽃이 만발할 때, 소위 말하는 최고의 시즌에 갔다. 문제라면 갓 결혼한 신혼이란 점 정도랄까. 일기 형식으로 하루 하루 일상을 적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오사카, 교토 여행을 생각할 때 예상한 2~3일 일정은 역시 무리임을 깨닫는다.

 

한 달이란 시간 동안 관광과 휴양과 일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욕심이 담겨 있다. 읽다 보면 욕심이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단순히 관광 목적으로 빡세게 돌아다니면 1주일 정도면 유명한 곳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하게 잡으면 2주 정도. 하지만 휴양과 일을 넣으면, 매일 자신의 일정을 포스팅해야 한다면 어떨까? 생각보다 빼앗기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덕분에 저자의 하루 일정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유로워 보이는 일상은 한 달 동안 한 지역에 머물기에 가능한 것이다. 가끔 작은 소도시에 며칠 머물다 보면 이런 현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교토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관광지들이 낯익다는 사실에 놀란다. 금각사, 은각사,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철학자의길, 덴유지 등은 일본 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 등으로 너무 익숙하다. 이 이외에도 볼 곳은 넘쳐난다. 옛 도시와 신 도시가 강 하나를 두고 나누어진다는 말을 듣고, 왠지 시간 여행을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교토하면 상상하는 이미지는 마을 풍경인데 이것을 잘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몇몇 카페의 문 닫는 시간이 오후 6시 정도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경제적인 의미에서, 여유라는 면에서 말이다.

 

비교적 긴 시간을 머물게 되어서 인지 저자의 교토 일상은 다양한 경험으로 가득하다. 일본 다도를 체험한다거나 정원의 한적한 분위기를 즐긴다거나. 짧은 일정이라면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여러 곳을 다니겠지만 오늘 아니면 내일이 있는 여행자란 사실이 새로운 선택을 보여준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일본 버스를 타다가 실수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 혹시 가게 된다면 꼭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번역 마감일이 다가오고, 파일을 보내야하면 택시도 탄다. 아마 일하지 않는 여행자라면 택시 타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자주 나오는데 그녀가 상당히 타인의 질문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줘 조금 놀랐다. 타인의 선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은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대응방법이기도 하다. 분리수거 문제로 관리인의 질책을 받는 부분을 보고 잔뜩 화가 난 모습은 또 어떤가. 후기에 한 달 살기를 하려면 호텔에서 하라고 했는데 자신이 살 던 집의 한 달 비용이 얼마인지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 일본 문제와 최근의 코로나 19 사태로 이번 봄에 일본 여행을 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의 이번 출간은 운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풍경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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