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매시슨 -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외 3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6
리처드 매시슨 지음, 최필원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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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리처드 매시슨이란 이름보다 매디슨이 더 익숙하다. 이번 책을 읽고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니 사놓고 모셔둔 책 몇 권이 눈에 들어온다. 노블마인에서 출간된 책들이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책들을 읽고 산 듯한데 <더 박스>의 단편 몇 편은 이번 단편집에도 실려 있다. 저질 기억력이 작가들의 작품을 새롭게 해준다는 점이 반갑게 느껴진다. 현대문학에서 나온 작가 단편집에 실린 작품은 모두 33편이다. 빅터 라발이란 작가가 직접 골라 엮은 펭귄 클래식 판을 번역했는데 엮은이가 쓴 감상글이 호러처럼 실려 있다.

 

이번 단편선을 읽으면서 <결투(DUEL)>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데뷔작의 원작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예전에 이 영화를 아주 인상적으로 본 기억이 있다. 한참 영화에 빠져 있었을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원작 소설을 열심히 찾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기억에 나지 않은 [환상특급]의 원작이 실려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부제인 <2만 피트 상공의 악몽>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기내 흡연이다. 이제는 전설 속 이야기가 된 그것 말이다. 여기에 총을 들고 탈 수 있다니. 테러리스트들이 과거로 회귀하고 싶을 상황이었다.

 

작가의 첫 단편부터 담겨 있다. <남자와 여자에게서 태어나다>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아이가 화자인데 불분명한 실체가 공포를 불러온다. <사냥감>은 영화 <사탄의 인형> 속 척키가 떠올랐다. 마지막 장면은 서늘하다. <마녀전쟁>은 소녀들의 농담에서 실제 학살에 가까운 전쟁으로 이어진다. 초능력을 엄청나게 확대했다. <깔끔한 집>의 마지막 반전은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깨트린다. 집을 벗어난다고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앞의 몇 작품에서 호러, 판타지, SF의 다양한 장르를 보여줬다. 읽으면서 영화 등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사막 카페>는 읽으면서 중국 영화 <용문객작>이 떠올랐다. 외딴 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같은 것. 마무리는 예상과 달랐다. <버튼, 버튼>은 버튼을 누르면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이 죽고 돈을 받는다는 설정이다. 도덕적 고민을 안겨주는 설정인데 마지막 한 문장이 강한 충격을 준다. <뱀파이어라는 건 없다>는 흡혈귀를 이용한 반전이 예상외였다. 공포 전설을 이용한 트릭을 이렇게 짧은 단편 속에 잘 녹여내다니 대단하다. <산타클로스를 만나다>도 중반 이후 이야기의 실체가 드러나는데 한 남자의 불안과 욕망의 심리를 잘 표현해주었다.

 

<유령선>은 SF 설정이지만 우리가 알던 유령선 이야기다. 자신들과 닮은 시체를 발견한 선원들의 선택과 인식을 다룬다. <태양에서 세 번째>는 지구인데 읽으면서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후의 날>은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살, 파괴, 섹스, 폭력 등 갖가지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다. <벙어리 소년>은 나치의 인체 실험을 연상시킨다. 언어보다 텔레파시 사용이란 목표에 맞춰 아이를 양육한다. 감정의 교류와 언어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든다.

 

<피의 아들>은 흡혈귀가 되고 싶은 아이가 벌인 사건이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한다, <뜻이 있는 곳에>를 읽을 때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야기들이 떠올랐는데 마지막 장면은 호러였다. <시체의 춤>은 쉽게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례식>은 유쾌한 공포물이다. 특정한 누군가에게 인기 있다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된다. <깜작 선물>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설정이다. <춤추는 손가락>은 이 행위 속에 자신의 의지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충격파>를 읽으면서 사물에 깃든 의지 혹은 영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일본 소설에서 자주 보게 되는 설정이다.

 

카우보이물인 <정복자>나 불안한 심리를 다룬 단편들이 이 책속에 나온다. 정말 다양한 장르가 담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들이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한가한 시절이었다면 집에 있는 작가의 다른 책들로 달려가 단숨에 읽고 싶다. 먼저 어디에 둔 것인지 찾아야하겠지만. 스티븐 킹의 단편들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이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나는 전설이다>를 처음 읽고 뭐지? 했다가 영화를 본 후 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로 떠올리고 얼마나 감탄했던가. 또 킹의 <셀>을 읽으면서 이 작품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기회에 매시슨의 더 많은 작품이 출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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