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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평점 :
<막차의 신>을 읽고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왔다. 이번에는 막차가 아니라 첫차다. 한때 막차를 타고 졸다 종점까지 갔던 기억을 풀어내기도 했지만 늦게까지 놀다가 택시비가 없어 첫차를 기다린 적도 있다. 이런 기억들을 더듬다보면 과거가 잠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가끔 빠른 비행기를 타기 위해 움직이다 보면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삶의 역동성을 느끼는 순간이다. 이번 이야기는 일본 유명 번화가 신주쿠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예전에 도쿄 여행 갔을 때 본 이미지와는 다르다. 시간이 다르니 보이는 사람들도, 풍경도, 장소도 다른 모양이다.
다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제작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선입견이 먼저 움직였다. 주인공을 20대로 추정한 것이다. 러브호텔 청소 일을 한다는 사실과 몇 가지 설명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50대 중년임을 알게 된다. 중견 종합상사맨이었던 그가 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들려주고, 직장에서 나온 후 첫차를 기다리며 머문 곳에서 본 풍경과 과거가 엮여 이야기가 풀려나온다. 삶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마주하고, 그 상황에 맞추어 살아가야 한다. 출근과 퇴근이 교차하는 장면은 피곤과 활기도 대비된다. 작은 인연의 시작도 같이.
<스탠 바이 미>는 같은 이름의 음악이 이야기 속에 연주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래를 하기 위해 상경한 가수다. 자신이 살던 곳과 달리 큰 공간에 압도되어 버스킹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 고등학생들이 노숙자 와타나베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고 말린다. 그는 더러워 목욕탕에 가지도 못하고, 목욕탕에 갈 때 입는 옷은 도둑맞았다. 그는 그녀의 기타를 보고 잠시 연주한다. 실력이 좋다. 둘은 함께 버스킹을 하기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와타나베가 목욕하고 새옷을 입어야 한다. 옷을 사고, 목욕탕에서 때를 민 후 그들은 성공적인 버스킹을 한다. 자신감을 얻는다. 그리고 둘은 서로의 길을 간다. 이 하룻밤의 인연이 긴 여운을 남긴다.
<초보자 환영, 경력 불문>은 동일본대지진과 관계있다. 지진 재해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이야기다. 세무사사무소가 폐업해 바텐더가 된 사람도,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후 도쿄로 온 사람도 있다. 오카마 공연장에서는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을 적극 환영한다. 제목이 모집 광고에 있는 문구다. 왠지 모르게 이번 단편은 쉽게 몰입하지 못했다. 그들의 삶과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지진 피해와 그 여파 등을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지 않은 문제점은 아쉽다.
<막차의 여왕>은 술 먹고 막차를 자주 타면서 붙은 별명이다. 늦은 밤 헤어진 연인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한다. 막차를 탄 후 잠들어 내릴 곳을 지나갔다. 낯선 역에서 옛 연인에게 전화를 하는데 갑자기 끊긴다. 연락 두절이다. 잠시 갈등하다 그녀를 데리러 가기로 한다. 이 사이 사이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녀가 있었던 역에 도착한다.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한다. 막차와 첫차의 운행 간격, 그녀의 체력 등을 떠올리며 가능성을 추리한다. 이 추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성향이나 체력 등을 잘 알아야 한다. 빗속을 달리는 그녀를 만난 후의 장면은 훈훈하고 작은 여운과 기대를 남긴다.
<밤의 가족>은 출장 성매매 여성과 그녀들을 태우고 다니는 운전기사 이야기다. 운전기사는 엄마가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 미안해한다. 이것을 견딜 수 없어 고등학교 졸업 후 집을 나왔다. 성매매 여성 중 한 명은 아버지가 사업이 망한 후 가족을 버리고 잠적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댄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한 일이다. 대학을 다닌다는 것이 큰 호사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최악의 막장 상황을 마주한다. 작가는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지 않고 그냥 보여줄 뿐이다. 각자의 삶이자 현실이다. 마지막엔 첫 이야기와 연결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작은 여운도 당연히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