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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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 이전에 제목만 보고 추리소설이 아닐 것이란 섣부른 추측을 했다. 내가 책을 선택할 때 자주 저지르는 실수다. 제목이나 표지만 보고 장르를 쉽게 예단하는 나쁜 습관에서 비롯했다. 책소개를 보면 이 소설이 복수에 대한 소설임을 알려준다. 살인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세 남매가 별똥별 아래에서 복수를 맹세하는데 제목에 유성이 들어간 이유다. 늘 그렇듯이 작가 특유의 간결한 구성과 빠른 전개와 반전은 단숨에 끝까지 달려가게 한다. 중간에 너무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설정이 들어가 있어 약간 힘이 빠지는 부분이 있지만 말이다.

 

고이치, 다이스케, 시즈나. 이 세 남매는 늦은 밤 유성군을 보기 위해 몰래 집밖으로 나간다. 유성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모님의 시체다. 고이치가 먼저 발견했고, 다이스케는 누군가가 뒷문으로 나가는 것을 봤다. 부모님은 양식당 <아리아케>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하이라이스가 싸고 맛있고 양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도 가끔 와서 먹었다. 갑자기 고아가 된 세 남매는 경찰들의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경찰도 노력하지만 범인을 잡는데는 실패한다. 세 남매는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간 후에도 유성을 보러간다. 여기서 그들은 복수를 다짐한다.

 

14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미제사건이 되었고, 소멸시효도 다가온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세 남매는 험난한 세상에 시달리다 살아남기 위해 사기꾼으로 바뀐다. 작전과 가짜 서류는 고이치가, 실제 남자를 홀려 돈을 받아내는 역할은 여동생 시즈나가, 이 상황을 돕기 위한 역할은 다이스케가 한다. 이들이 이런 사기꾼이 된 데는 자신들이 겪었던 사기가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하고 이 사기 일을 그만 두려고 한다. 마지막 대상은 양식당 체인 <도가미 정> 사장의 아들이 도가미 유키나리다. 그가 나오는 모임에 나가 시즈나가 그를 유혹해 청혼하게 만들고, 가짜 보석을 사게 만드는 작전이다. 이 작전은 예상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변수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첫 번째 변수는 시즈나가 유키나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가미 정>의 사장 마사유키가 14년 전 다이스케가 본 용의자와 꼭 닮았다는 것이다. 시즈나는 유키나리의 요청으로 <도가미 정>의 오리지널 하이라이스를 맛보는데 이 맛이 <아리아케>의 맛과 똑같다. 마사유키가 레시피를 훔치기 위해 부모님을 살해했다는 추측에 이른다. 이 사실을 이전에 수사했던 형사들에게 말할 수도 있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자료와 정보가 필요하다. 이것을 조사하는 일은 고이치가 한다. <도가미 정>이 언제부터 승승장구했는지 듣고, 범인에 대한 확신은 더 강해진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들은 증거를 만들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의 사기에 농락당했던 그들이 사기꾼이 되고, 우연히 14년 전 용의자를 만나게 되는 과정은 빠르게 진행된다. 시즈나와 유키나리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수의 아들을 사랑했다는 낭만적인 설정 속에서 증거물품 조작은 이어진다. 이런 증거물품이 나오면 이전 형사들은 잠시 활기를 띈다. 논리적인 모순이 있지만 목적한 곳으로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범인이란 확신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세 남매, 똑같은 맛의 하이라이스, 갑작스러운 성공, 이전 맛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 등이 시선을 한 곳으로 계속 유도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 반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 모든 진행은 군더더기가 없다. 일본 드라마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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